잉그마르 베리만, "영화 산업은 매춘사업"

중앙일보

입력

20세기 영화사의 철학자로 불리는 스웨덴 출신의 잉그마르 베리만(83) 감독이 현대 영화계 및 자신의 영화세계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 화제다.

베리만 감독은 최근 스웨덴의 타블로이드 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영화산업은 가축 도살업이나 매춘사업과 같다" 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갈수록 거세지는 영화의 산업성 혹은 상업성을 비판한 것. 현대 대중문화의 꽃인 영화의 위상 자체를 깎아내려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또한 자신의 작품도 이같은 범주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연출한 작품이 내것 같지 않고 마치 멀리 떨어진 조카가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고 말했다.

베리만 감독의 발언이 관심을 끄는 것은 1983년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화니와 알렉산더' 를 마지막으로 언론접촉을 거의 끊다시피 한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 20세기의 그 어떤 영화감독보다 인간의 실존, 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체제에 대한 부정 등 묵직한 주제를 고집해왔던 그의 이력에 비추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기도 하다.

그는 비록 영화현장에선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매일 오후 3시면 자신의 소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빼놓지 않는다고 한다.

연극.영화.TV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그는 최근 독일 극작가 프리드리히 실러의 '마리 스튜어트' 를 연극 무대에 올렸으며 현재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작품을 라디오 드라마로 만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