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비례대표 사퇴가 진보 살리는 길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통합진보당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가운데 19대 국회의원의 공식 임기 개시일(5월 30일)은 다가오고 있다. 부정경선으로 당선된 진보당 비례대표가 국회의원으로 활동을 개시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해 온 전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게 된다. 진보당의 문제가 대한민국 입법부의 문제로 비화되는 셈이다.

 진보당 사태가 풀리지 않는 것은 비당권파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에 반대하는 당권파들 때문이다. 부정을 저지른 당사자인 당권파의 반발은 근거가 없다. 당권파들은 기본적으로 명백히 드러난 부정경선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중립적인 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 방대한 부정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권파는 이를 비당권파와 정치적 공세, 보수언론의 색깔론이라고 우기고 있다. 급기야 자신들이 따로 비상대책위원회까지 만들었다. 죄를 저지르고도 이를 지적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당권파의 막무가내 버티기가 계속될 경우 문제의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이달 말이면 별 탈 없이 국회의원이 된다는 점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를 경우 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처벌할 근거가 없다. 당내 경선이기 때문이다. 선거법은 당내 경선의 경우 ‘정당활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처벌 근거를 최소한으로 좁혀놓았다. 문제의 당선자들이 국회의원이 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유일한 해법은 당사자들이 비대위원회의 결정에 승복해 자진 사퇴하는 길이다. 이는 진보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해법이며, 비대위에서 다시 확인한 방침이다. 물론 당권파 비례대표 당선자들은 전혀 이를 받아들일 자세가 아니다. 어떻게든 버텨서 자신들의 정치투쟁 목표인 ‘원내 진출’에 성공하겠다는 자세다.

 과연 이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용납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본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퇴하라’는 응답이 76.3%였다. 반대는 16.1%. 지난 총선에서 10.3%를 득표한 진보당에 대한 지지율은 4.1%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 비례대표의 금배지를 용납하는 여론은 16.1%에 불과하며, 이들에 대한 지지는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비대위 강기갑 위원장의 우려처럼, 당권파는 지금 진보정치 전체를 무덤으로 끌고가고 있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당,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정당정치를 왜곡시킨다. ‘정당활동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선의(善意)에서 만들어진 선거법이다 보니 불가피하게 허점이 드러났다. 이런 허점을 선의로 활용하기보다 파벌의 이익을 위해 악용하는 당권파의 독선은 중단되어야 한다. 당권파들은 민주노총 등 지지세력 내부의 목소리만이라도 경청해 보라. 문제가 된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 그것이 진보정치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