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 어웨이' 3주 연속 흥행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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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가 남태평양의 무인도에 고립된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를 연기하는 '캐스트 어웨이(Cast Away)'가 1월 5일부터 7일까지의 주말 북미흥행에서 2,222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3주 연속으로 1위 자리를 고수하였다.

스필버그의 후예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이 영화는 불과 17일동안 1억 4,170만불을 벌어들이며 파죽지세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데, 다음 주면 저메키스의 전작 '왓 라이즈 비니스'의 총수입 1억 5,537만불을 쉽게 넘어설 전망이다.

이 영화의 미국내 배급을 담당한(해외배급은 드림웍스가 담당하였다) 20세기 폭스사의 배급대표인 브루스 스나이더는 "솔직히 우리는 이번 주말 1,800에서 1,900만불의 수입을 예상했었다."며 '캐스트 어웨이'의 지속적이면서 폭발적인 흥행력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주말 국내개봉을 앞둔 멜 깁슨의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도 10위권내 영화들중 가장 많은 상영관수인 3052개 극장으로부터 1,556만불의 수입을 올려 지난 주말에 이어 다시 2위 자리를 지켰다. 개봉 24일간의 총 수입은 1억 3,790만불이다.

지난 주말 4개 극장에서만 선보였다가 이번 주말 전국 1,510개 극장에서 확대상영에 들어간 '트래픽(Traffic)'은 1,552만불의 수입으로 단숨에 3위에 뛰어올랐다. 이번 주말 10위권내의 유일한 새 얼굴인 이 영화는 '캐스트 어웨이',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 '와호장룡' 등과 함께 다가오는 2월 13일 발표될 오스카상 작품상 후보로 선정될 것이 확실한데 이 경우 더욱 가파른 흥행 상승세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서 산드라 불록이 미스 USA 대회에 위장 출전하는 터프한 FBI 요원을 연기하는 '미스 콘지니앨리티(Miss Congeniality)'가 1,302만불의 수입을 올려 4위에 랭크되었고,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패밀리 맨'과 디즈니의 신작 만화영화 '쿠스코? 쿠스코!(The Emperor's New Groove)'가 각각 912만불과 746만불의 수입을 올리며 5위와 6위를 차지하였다.

한편, 지난 주말 상영관의 4분의 1이 눈폭풍이 몰아친 북동부에 위치했던 까닭에 잠시 10위권밖으로 사라졌던 (11위를 차지했다)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은 이번 주말 341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10위를 차지해 10위권내로 재진입하였다. 이 영화의 상영관수가 다른 10위권내 영화들 상영관수('트래픽'을 제외하면 모두 2천개 이상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의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173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흥행결과는 정말 놀라운 것이다. 극장당 수입으로 계산하면 이 영화의 1만 9,816불은 이번 주말 동분야의 2위와 3위인 '트래픽'(1,510개 상영관)의 1만 277불, '캐스트 어웨이'(2,948개 상영관)의 7,538불을 압도한다.

이번 주말 3일동안 12위권내 영화들(일명 Golden Dozen)이 벌어들인 총수입은 1억 444만불이었는데, 이는 '스튜어트 리틀'과 '그린 마일'이 각각 1,121만불과 973만불을 벌어들여 1위와 2위를 기록했던 작년의 같은 기간(8,110만불)과 비교할 때 무려 29%나 증가한 성적이어서 올해의 흥행전망을 밝게 하였다. 흥행집계사인 엑지비터 릴레이션사의 대표인 폴 데저베리언은 "정말 대단한 주말이었다."고 평하면서, "이번 주말을 척도로 본다면 올 일사분기의 흥행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말 전국확대 개봉에 돌입하자마자 흥행 3위에 오른 '트래픽(Traffic)'은 실제 결혼생활에 돌입한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가 처음으로 공연한 (존스는 실제와 같이 임신한 몸으로 등장하기도) 작품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일찍이 관객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작년초 '에린 브로코비치'를 빅히트시켰고, '라이미', '죠지 클루니의 표적', '카프카',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등의 걸작들을 연출했던 명감독 스티븐 소더버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89년 영국의 TV 채널 4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마약 소재 미니시리즈 '트래픽(Traffik)'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마약운반'이란 뜻을 함유하는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크게 멕시코 국경과 오하이오주, 샌디에고의 서로 장소에서 펼쳐지는 세 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는데, 무관해보이는 등장인물들을 씨줄과 낱줄로 엮으면서 소더버그 감독은 마약으로 병들어가는 위험스런 세계를 차갑고 냉정하게 그려냈다.

영화를 배급한 USA 필름스의 부대표 잭 폴리는 이 영화가 지방 마을과 대도시에서 모두 양호한 흥행결과를 나타내었다고 전하면서 "이는 마약이라는 이슈에 미국민이 얼마나 민감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나를 반영하는 것."고 덧붙였다.

이 영화는 '캐스트 어웨이'나 '왓 위민 원트' 등의 대형 오락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작은 예산인 4,900만불이 소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 영화사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아 결국 USA 필름스에서 제작, 배급하였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소더버그는 메이저 영화사들이 이 영화를 거부한 이유로 첫째, 마약을 다룬 영화라는 점, 둘째, 분명한 선악구분이 없다는 점, 셋째, 영화의 3분의 1이 스페인어와 영어 자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더버그가 특유의 인디 정신으로 무장하여 완성한 이 영화는 뉴욕 비평가 협회로부터 2000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는가 하면, 다가오는 골든글로브 상 시상식에 소더버그의 전작 '에린 브로코비치'와 나란히 최우수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 올랐고, 오스카상에서도 가장 유력한 작품상 후보중 하나로 부곽됨으로써 영화제작을 거부한 메이저 영화사들이 크게 후회하게 만들었다.

멕시코 경찰인 자비에 로드리게즈(베니시오 델 토로)는 동료이자 친구인 마놀로 산체스(제이콥 바거스)와 함께 국경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들의 상관은 멕시코 최고의 경찰이라 불리우는 살라자르 장군(토마스 밀리안)이다. 돈과 권력의 유혹에 맞서며 범죄척결에 앞장서온 자비에지만 어느날 자신과 마놀로가 부패의 고리에 이미 들어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미국 오하이오주 대법원 판사인 로버트 웨이크필드(마이클 더글라스)는 대통령에 의해 신임 미국 마약 퇴치 책임자의 임무를 맡게 된다. 보수적이고 타협이라고는 모르는 웨이크필드는 마약단속반을 지휘하면서 멕시코의 마약단속팀과 공조수사를 벌여나간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그와 부인 바바라(에이미 어빙)도 점점 마약에 빠져들어가는 딸 캐롤린(에리카 크리스틴슨)을 돌봐야 하는 가장에 불과하다.

같은 시간. 샌디에고에서는 잠복근무 전문 마약퇴치반 요원인 몬텔 고든(돈 치들)과 레이 카스트로(루이스 구즈만)는 악명높은 오브레곤 마약 카르텔과 맞서 싸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마약 중개인인 에두알도 루이즈(미구엘 파라)를 이용해 멕시코-미국의 국경을 넘는 마약 운반상중 한명인 카를로스 아이알라(스티븐 바우어)를 체포하는데 성공하는데, 아이알라의 임신한 부인인 헬레나(캐쓰린 제타 존스)는 남편의 불법사업을 모르고 있었기에 큰 충격을 받는다. 변호사(데니스 퀘이드)의 도움을 받은 그녀는 남편의 석방과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 자신이 남편의 사업을 이어받기로 결심하는데...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하여 일제히 찬사를 나타내었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제이미 버나드는 "2000년 가장 훌륭한 영화 중 한편."이라고 칭하며, "이런 종류의 영화는 관객의 지성을 자극함으로써 그들을 흥분시킨다."고 박수를 보냈다. 또, 토론토 글로브 앤 메일의 릭 그로운은 "강렬하면서 극적이다!"고 감탄했고, 뉴욕 타임즈의 스티븐 홀든은 "피할수 없는 폭풍처럼 몰아치는 위대한 영화."라 호평을 실었다.

이번 주말 나머지 10위권에 든 작품으로는, K-2봉에서 벌어지는 자연과의 사투를 그린 산악 액션물 '버티칼 리미트(Vertical Limit)'가 501만불의 수입으로 7위를 기록하였고,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제작한 현대판 드라큐라 이야기 '드라큐라 2000(Dracula 2000)'이 431만불의 수입으로 8위, 황당함으로 무장한 10대용 코미디물인 '친구, 내차는?(Dude, Where's My Car?)'가 383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기록하였다.

한편, 2000년의 흥행 황제 '그린치'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의 가족단위 관객용 시즌이 지난 후 체력이 급감하여 이번 주말에는 지난 주말 대비 72%나 하락한 250만불의 수입으로 11위에 그쳐 개봉 8주만에 10위권밖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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