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반 컬렉션] 영화로 귀에 익은 칸타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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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찼다가 다시 기우는 법. 성공과 실패도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돌고 돈다" .

193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발레를 곁들여 초연된 '카르미나 부라나' 중 가장 유명한 합창 '오 운명의 여신이여' 는 이렇게 노래한다.

귀를 후련하게 씻어주는 합창과 관현악의 표효로 첫곡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곡은 영화나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귀에 익은 음악이다.

카를 오르프 출세작 '카르미나 부라나' 는 3명의 독창자와 혼성합창.소년합창, 2대의 피아노와 13종의 타악기 등 대편성 관현악이 어우러진 칸타타. SP로 이 곡을 처음 녹음했던 지휘자 오이겐 요훔이 68년 베를린 도이체 오퍼 합창단.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다시 녹음한 LP가 도이체 그라모폰의 '오리지널' 시리즈 CD로 다시 나왔다.

당시 스튜디오에서 녹음 과정을 지켜본 작곡자는 요훔의 명쾌한 해석에 최고의 찬사를 보냈었다.

요훔은 군더더기 없이 긴박감 넘치는 추진력으로 25곡에 걸친 대하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전율감마저 느끼게하는 피아니시모에서 절제된 포르티시모에 이르는 표현력, 시종 활기에 넘친 합창이 일품이다.

'방황하는 내 마음' 에서 전성기의 맑고 깨끗한 음색을 선보인 소프라노 군둘라 야노비츠, 독일가곡에서 보여준 섬세한 뉘앙스를 유감없이 발휘한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구운 거위의 노래' 에서 코믹한 표정을 잘 살려낸 테너 게르하르트 스톨체의 활약도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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