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푼 중국 … 다시 불거진 유럽 위기에 선제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최근 중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 정부가 긴축을 풀 수 있는 여지가 더 생겼다. 11일 중국 주부가 랴오닝성 선양의 시장에서 채소를 고르고 있다. [랴오닝 로이터=뉴시스]

중국이 시중에 돈을 풀기로 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한 데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18일부터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춘다고 12일 발표했다. 중국 지준율은 20.5%에서 20%로 낮아진다. 중국의 지준율 인하는 2월 18일(0.5%포인트)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다. 인민은행이 지난해 11월 30일에도 0.5%포인트인하한 것을 고려하면 불과 6개월도 되지 않아 1.5%포인트를 내렸다.

지급준비율은 시중은행이 예금 가운데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해야 하는 돈의 비율이다. 중앙은행은 지준율을 올리거나 내려 시중에 풀리는 돈의 양을 조절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위안화 예금 잔액이 84조 위안임을 감안할 때 이번 지준율 인하로 4500억 위안(81조원)가량의 자금이 시중에 더 풀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이렇게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은 악화된 경제지표 때문이다. 취훙빈(屈宏斌) HSBC수석 이코노미스트는 “4월 수출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경기 둔화 현상이 뚜렷해 지준율을 인하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유럽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 중국 정부가 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 소비 중심으로 성장의 방향을 바꿨지만 경기 활력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은 8.1%로 지난해 4분기 8.9%보다 낮아졌다. 10일 발표된 중국 4월 산업생산 증가율도 9.3%로 2009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저였다. 4월 수입과 수출도 모두 성장률이 전달보다 하락했다.

자금도 잘 돌지 않는다. 중국 은행의 신규 위안화 대출은 올 들어 최저 수준(6818억 위안)이었다. 중국 3위 은행인 뱅크 오브 차이나도 올 1분기 위안화 신규 대출이 247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일부 전문가는 다시 고개를 드는 유럽 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라고 분석하기도한다.

지준율 인하는 일단 주요국 주식시장에는 호재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지준율을 인하했을 때 상하이 종합지수는 2.29% 급등했다. 2월 인하 때는 0.3% 상승했다.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1917.13까지 밀려났다. 이렇다 할 호재가 없는 가운데 재점화되는 유럽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 박승영 토러스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것은 분명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2월 중국이 지준율을 낮췄을 때는 코스피에서 중국 경기에 민감한 철강·화학주 등이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준 인하만으로 중국의 경기 둔화를 막기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유럽 리스크로 중국의 수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지준율 인하만으로 중국 정부의 강한 경기 부양 의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나 정부 재정지출 확대 등 더 강한 정부 주도의 투자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며 “지금 중국 정치가 불안한 것이 걸림돌”이라고 덧붙였다.

지급준비율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에서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하는 비율이다. 처음에는 인출에 대비해 돈을 준비한다는 예금자 보호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와 더불어 시중 통화량을 조절하는 주요 정책수단으로 사용된다. 지급준비율을 높이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고, 반대로 낮추면 돈을 푸는 효과가 있다. 영국과 같이 은행 각자의 자유 재량에 맡기고 있는 나라와 한국·미국처럼 법률에 의해 강제되고 있는 나라가 있다. 준비율이 법정돼 있을 때 중앙은행은 이 비율을 변동시킴으로써 금융기관의 자금 유동성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유력한 양적 금융조정 수단이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