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올렸는데 더 밑져’ 한국전력의 이상한 통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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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요금을 한 푼도 안 올린 주택용 전기에서는 한국전력이 손실을 덜 보게 됐는데, 6.5% 올린 산업용에선 오히려 손실률이 커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평균 13.1%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재계·산업계에서 한전의 인상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한은이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근거로 공개한 ‘원가회수율’ 수치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1일 전기요금을 올리면서 1~11월의 원가회수율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주택용은 원가회수율이 86.4%, 상가·사무실에서 쓰는 일반용은 90.8%,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산업용은 88.7%였다.

원가회수율이란 전기 요금이 생산·공급에 드는 비용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이게 100%가 안 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밑지고 판다’는 소리다.

당시 한전은 이런 원가회수율을 근거로 산업용 전기요금은 6.5%, 일반용은 4.5% 올리고 주택용은 동결했다.

 재계·산업계가 지적하는 문제점은 인상 이후의 원가회수율이다. 산업용은 6.5% 인상했음에도 1~12월 전체 원가회수율이 87.5%로 오히려 1.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에 요금을 동결한 주택용은 88.3%로 1.9%포인트 호전됐다.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윤원철 교수는 “산업용이건 주택용이건 발전 단가는 마찬가지”라며 “그런데도 요금을 안 올린 부문에서는 실적이 호전되고, 올린 쪽은 오히려 나빠졌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산업단체는 한전이 밝히지 않은 12월 한 달간의 원가회수율을 자체 분석했다. 한전이 공개한 1~11월 평균원가회수율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그랬더니 주택용은 116%, 일반용은 113%로 인상 전보다 20%포인트가량 호전됐다.

반면에 산업용은 78%로 10%포인트 악화됐다. 이 산업단체 관계자는 “제일 많이 올린 쪽이 제일 악화됐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승 한전 홍보팀장은 “전력별로 판매 가격과 사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원가회수율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화학·중공업·주물·철강 업체 등이 참여하고 있는 각 산업협회들은 이번주 산업용 전기료 인상에 반대하는 건의서를 지식경제부·기획재정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건의서에는 ‘한전이 인상 근거로 삼고 있는 원가회수율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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