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홀] 말많은 '영화값'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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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극장가엔 이래 저래 말이 많다.

가장 큰 화두는 극장관람료 인상. 지난해말 서울 최대 규모의 복합상영관 메가박스와 CJ엔터테인먼트의 CGV 강변, 그리고 명보극장이 입장료를 6천원에서 7천원으로 인상했다.

뒤를 이어 신촌 녹색극장, 강남 시티극장 등 서울 강남과 신촌의 주요 극장들도 입장료를 올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도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영화계가 극장료 인상에 찬성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스크린쿼터 시민연대가 최근 전국의 개봉관 1백54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관람료 인상에 찬성하는 의견(52%)에 비해 '반대하거나 내려야 한다' 는 주장도 48%로 만만찮았다.

서울 지역, 특히 복합상영관이 입장료 인상에 적극적인데 반해 단일 개봉관이나 지방 극장들은 그렇지 않다는 소리다.

극장들이 관람료 인상에 반대할 이유가 없을 듯 하지만 복합상영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설이 낙후한 극장들은 덩달아 극장료를 인상할 경우 관객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극장에 따라 입장료를 달리 받는 가격체계가 장기화할지도 모른다.

또 이 조사에서는 입장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극장들에 대한 배급사의 압력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상 극장 중 60%가 '한 번이라도 배급사의 압력을 받은 적이 있는가' 라는 설문에 '그렇다' 라고 응답한 것.

큰 영화를 주면서 작은 영화를 함께 걸어줄 것을 강요하는 '묶음 판매' , 상영 기간을 늘려 달라는 '지속 상영 강요' 등이 압력의 주된 유형이었다.

압력 행위를 하는 주체는 할리우드 직배사가 35%, 한국 영화 배급사가 14%인 것으로 나타났다.

극장료 인상을 주도하면서 배급사들에게 큰소리 내는 몇몇 대형 극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극장들은 배급사들의 압력 앞에서 관람료 인상을 두고 고민을 계속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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