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선 가는 길, 수도권·TK 쌍끌이 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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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 원내 1당 사령탑으로 박근혜계 핵심인 이한구(대구 수성갑·4선) 의원이 선출됐다.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엔 진영(서울 용산, 3선) 의원이 당선됐다. 이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 이한구·진영 의원조는 2차 결선투표에서 전체 138표 가운데 72표를 얻어 66표를 받은 쇄신파 남경필·김기현 의원조를 물리쳤다. 표차는 근소했지만 ‘박근혜계의 힘’을 보여준 한판이었다.

 1차 투표에선 남경필·김기현 의원조가 58표, 이한구·진영 의원조가 57표를 얻었다. 박근혜계 성향의 중립 인사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과 유일호 의원조는 26표를 얻어 3위였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이주영 의원을 밀었던 박근혜계의 표가 쇄신파 대신 같은 박근혜계 후보 쪽으로 몰리면서 승부를 갈랐다. 이날 영남권 박근혜계 의원들 사이에선 당 대표-원내대표가 친박 일색으로 꾸려지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돼 남 의원도 일부 박근혜계의 표를 얻긴 했다. 하지만 보다 안정적인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이한구 의원 쪽으로 다수 표가 움직였다.

 이 신임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박근혜계는 당내에선 물 샐 틈 없는 진용을 갖추게 됐다. 15일 열릴 전당대회에서도 당 대표 후보로 황우여 의원 등 박근혜계 인사들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어 당 대표·원내대표는 모두 박근혜계로 채워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4월 총선을 거치며 150명의 당선인(초선 76명) 중 80% 이상이 박근혜계로 분류된다.

 이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된 데는 대선을 앞두고 ‘황우여-이한구’의 수도권·영남 조합을 짜야 폭넓게 지지층을 확보할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당 일각에선 전날 박근혜 위원장이 진영 의원의 지역구인 용산을 방문했는데, 여기서 승부가 결정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새누리당에서 TK(대구·경북) 출신 원내대표가 나온 것은 2005년 강재섭 원내대표 이후 처음이다. 신임 이 원내대표는 경선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선을 앞두고 나라를 어떻게 만들지, 정치판을 어떻게 새롭게 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을 체계적으로 차원이 다르게 제시해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선 공약의 핵심이 될 경제민주화 문제와 관련해선 “말이 좋아 많이 쓰지만 내용이 광범위하고 학자 간 (견해) 차이가 있다”며 “많은 분이 토론해 합의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 경제 주체들의 조화를 통해 민주화를 한다고 했는데 주체는 재벌뿐 아니라 노동·시장·기업·개인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또 대선 후보 경선 룰과 관련해 비박(非朴)계 대선 주자들이 주장하는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야당의 역선택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력한 당 대표 후보인 황우여 의원도 같은 입장이어서 경선 룰 변경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신용호·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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