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팀장
강원도 정선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이일웅(36)씨. 전문대를 졸업하고 1998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파리바게뜨에서 제빵기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씨는 그때부터 ‘언젠가 내 자신의 빵집을 내리라’ 마음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13년 만인 지난해에 그 꿈을 이뤘다. 그러면서 다시 파리바게뜨를 택했다. 13년간 갈고 닦은 실력은 자신의 이름으로 빵집을 내기에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씨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본사에서 초보 창업자들 지원을 잘 해준다는 점과 브랜드의 힘을 생각해 프랜차이즈 쪽으로 길을 잡았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개인 빵집을 낼 기술이 충분한 이들조차 프랜차이즈를 선호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별 기술 없이 직장에서 은퇴해 빵집을 차리려는 이들은 더 그렇다. 그러나 요즘의 움직임은 이들의 선택권을 빼앗아가는 듯하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때문에 동네 빵집들이 말라죽는다”는 소리에 눌려서다. 지난달 말 중소기업청이 주최한 동네 빵집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전통시장 인근에 대형마트 진입을 불허하는 것처럼 동네 빵집 주변에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문을 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왔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간부는 “종전에는 한 달에 20~30개 점포를 냈으나 최근에는 이것 저것 살피느라 3, 4개를 신설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동네 빵집이 많이 줄기는 했다. 2008년 8153개에서 지난해 5184개로 3년 새 3000개가 줄었다. 하지만 이게 전부 대기업 프랜차이즈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경기 영향이 크다. 동네 빵집은 금융위기의 여파에 허덕인 2009년 한 해에만 약 2500개가 감소했다. 경기가 살아난 2010년에는 반대로 100개가량이 늘었다. 물론 프랜차이즈 빵집이 인근에 생기면 터줏대감들이 압박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동네 빵집 경영에는 경기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을 숫자가 입증하는데도 프랜차이즈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온당치 않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위축되면 일자리에도 영향이 생긴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빵집들은 2010~2011년 2년간 1231개가 더 생기며 약 4800개 일자리를 제공했다. 그 사이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아 없어진 1390개보다 훨씬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창업자들이 원하고,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이런데도 프랜차이즈 빵집을 ‘동네 빵집 킬러’로 몰아붙여 사업을 위축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보다는 어떻게 동네 빵집의 경쟁력을 높일지, 묘수 찾기에 골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