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고시에이터〉외 볼만한 연휴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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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영화] KBS2 '네고시에이터' 外

할리우드가 양산하는 액션 중심의 오락물은 구정에 비해 명절의 무게가 가벼운 신정 연휴에 더 어울린다.

조직의 명령을 어긴 킬러가 위조여권 전문가와 함께 도망치는 이야기를 그린 안톤 후쿠아 감독의 1998년작 '리플레이스먼트 킬러' (MBC 30일 밤 11시45분 ★★☆)는 한.미 관객의 평가가 조금 다를 법한 작품.

이 영화로 할리우드에 데뷔한 저우룬파(周潤發)는 미국 평단에서 '영어를 잘 못하는 배우' 정도의 인상을 남기고 말았지만, 한국 관객이라면 이미 숱한 홍콩 느와르의 수작에서 그의 진면목을 보아온 터. 제작을 맡은 우위썬(吳宇森)감독 특유의 액션 연출은 미국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미라 소르비노 출연.

반면 걸프전이 무대인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96년작 '커리지 언더 파이어' (KBS2 31일 밤 12시10분 ★★★☆.사진)는 미국 관객에게 좀 더 호소력이 있을 듯. 아군을 적으로 오인해 공격한 과실 때문에 후방으로 좌천된 주인공(덴젤 워싱턴)이 작전 수행 중 숨진 헬리콥터 조종사(맥 라이언)가 훈장을 받을 자격을 갖추었는지를 조사하다가 의외의 진실을 밝혀나가는 이야기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 에서처럼 서로 다른 관찰자의 시선에서 당시를 회고하는 기법 등 교묘한 드라마적 장치에 나름의 공을 들인 작품이지만, 결말은 전반부 전개의 정교함에 좀 못 미친다.

개리 그레이 감독의 98년작 '네고시에이터' (KBS2 1월 1일 밤 11시)는 인질협상 전문가인 경찰(새뮤얼 잭슨)이 하루 아침에 부정부패혐의에다 살인 누명까지 쓰고 경찰에 쫓기다 인질극을 벌인다는 설정. 그와의 협상을 위해 나타난 또다른 인질협상 전문가(케빈 스페이시)가 합류하면서 의외의 상황이 한 차례 더 벌어진다.

한층 가벼운 얘기를 찾는다면 패러디 영화의 원조격인 데이빗 주커 감독의 88년작 '총알탄 사나이' (KBS2 30일 밤 12시20분 ★★★)가 있다.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쉬커 감독이 제작한 '천녀유혼' (MBC 1월1일 낮 12시55분)이 기다린다.

(별점 출처:레너드 마틴의 영화.비디오 가이드 2000. 만점 ★4개)

[연휴 영화] MBC '아름다운 비행' 外

올 신년 연휴에도 가족 영화가 풍성하다. 희망을 찾아 길을 떠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먼저 경비행기를 탄 열세 살 소녀와 열 여섯 마리의 거위가 노을진 하늘을 나는 장면이 인상적인 '아름다운 비행' (MBC 1월1일 오후 5시 ★★★)이 꼽힌다.

개발업자의 횡포로 파헤쳐진 늪지를 거닐다 에이미는 야생 거위알을 발견한다. 부화한 거위들은 에이미를 어미새로 알고 따르며 에이미의 모든 행동을 따라 한다. 겨울이 다가오자 에이미는 거위들에게 비행법을 가르치기 시작한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랑이 동화처럼 펼쳐진다.

허클베리핀과 노예 짐이 뗏목으로 미시시피 강을 여행하는 '허크의 모험' (KBS2 1월1일 오전 10시40분 ★★)도 흥미진진한 모험으로 인종차별이란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간다.

좀 더 사실적인 영화를 원한다면 '인도로 가는 길' (EBS 1월1일 오후 1시10분 ★★★.)을 권할 만하다.

'닥터 지바고' '아라비아의 로렌스' 를 연출한 거장 데이비드 린 감독이 77세에 만든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다.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바탕으로 초자연적인 세계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감성을 그린다.

반면 제임스 딘이 주연한 '에덴의 동쪽' (KBS1 31일 밤 1시40분 ★★★★)은 가족간 애증을 통해 젊은이들의 좌절과 절망을 그린 작품이다.

존 스타인벡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전시상황이었던 당시 사회상과 맞물려 더욱 화제가 됐다.

1979년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을 누르고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EBS 31일 오후 2시 ★★★★)도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다.

평론가들로부터 '고전적 영화 기법의 극치를 보여준다' 는 찬사를 받았던 명작이다. 더스틴 호프먼과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다.

로버트 벤튼 감독은 전통적인 결혼관과 가족관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가정 내 남성의 역할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외에 EBS는 '영화계의 화가' 로 불리는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무세트' (30일 밤 9시)를 방영한다. 한 소녀의 소외된 삶을 시적 영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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