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행방 묘연했던 부인과 취임식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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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식에 나타난 푸틴 부인 7일(현지시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식 후 크렘린궁 내 블라고베셴스키 사원에서 러시아 정교회 축하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왼쪽에서 둘째)도 참석했다. [모스크바 로이터=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이 7일(현지시간) 취임식에 타고 온 차량은 독일제 벤츠였다. 그가 넘겨받은 ‘핵 가방’은 미제 샘소나이트였다. ‘강한 러시아’ 표방과 동시에 서방 세계에 대해 무조건적 반감을 드러내던 푸틴의 아이러니다. 푸틴은 취임식이 시작된 정오 10분 전쯤 모스크바 강변에 있는 총리 집무실인 정부청사(White House)에서 벤츠 차량을 타고 출발했다. 경호 차량과 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모스크바 시내를 가로질러 2분 전 크렘린궁에 도착했다.

 8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 총리에 임명되면 앞으로 메드베데프는 정부청사에서 근무하고, 푸틴은 크렘린궁 집무실로 출근하게 된다. 하지만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근무지는 바뀌지만, 두 지도자 모두 그동안 거주해온 모스크바 외곽의 관저는 맞바꾸지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틴은 지금까지 모스크바 서쪽 외곽에 있는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메드베데프는 근처 ‘고르키-9’ 관저에서 지내왔다. 푸틴과 메드베데프 모두 대통령 임기 동안 많은 손님을 관저로 초대했다.

 이날 취임식이 끝난 뒤 두 사람 사이에 비밀스러운 핵 가방 전달식도 이뤄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취임식 직후 크렘린궁 모처에서 아나톨리 세르듀코프 국방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메드베데프가 푸틴에게 핵 가방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핵가방에는 비상연락용 통신 장비와 핵무기 발사 명령 비밀 암호를 입력할 수 있는 특수 장치 등이 들어 있다. 핵 가방 전달은 신임 대통령이 곧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군전력의 핵심인 핵무기 통제권을 물려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틴의 취임식에는 2600만 루블(9억9242만원)이 들어갔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던 푸틴의 부인 류드밀라 푸티나(54)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푸틴은 취임식이 끝난 뒤 류드밀라의 뺨에 세 차례 입 맞추기도 했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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