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QPR 이겨라’ 청용 ‘QPR 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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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박지성(左), 이청용(右)

퀸스파크레인저스(QPR)의 손에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청용(24·볼턴 원더러스)의 운명이 달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막판으로 치닫고 있다. 박지성이 뛰는 맨유와 이청용이 복귀한 볼턴은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다. 13일(한국시간) 오후 11시 10개 구장에서 동시에 열릴 마지막 한 경기에 두 팀의 한 해 농사 성패가 갈린다.

 맨유는 역전 우승에 도전하고, 볼턴은 강등권 탈출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자력으로 우승하거나, 강등권을 탈출할 수는 없다. 맨유(승점 86점·골득실 +55)는 선두 맨체스터 시티(승점 86점·골득실 +63)에 골득실 8골이 뒤진 2위다. 볼턴(승점 35점·골득실-31)은 16위 QPR(승점 37점·골득실 -22)보다 두 계단 밑인 18위다.

 두 팀이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QPR이 맨시티와의 최종전에서 이기느냐, 지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박지성은 QPR의 승리를, 이청용은 QPR의 패배를 바라는 상황이다.

 QPR이 이길 경우 이청용이 운다. 볼턴은 최종전에서 스토크 시티를 상대로 원정경기를 치른다. 여기서 승리한다고 해도 QPR이 맨시티에 승리하면 볼턴은 강등권(18∼20위)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볼턴의 챔피언십(2부리그) 강등은 이청용에겐 재앙이다. 팀이 2부리그로 떨어질 경우 이청용도 팀과 함께 내년 시즌을 2부리그에서 보내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청용은 팀이 강등할 때는 다른 팀에 이적할 수 있다는 별도의 계약을 맺지 않았다. 한편 QPR이 맨시티를 꺾을 경우 맨유는 극적으로 맨시티를 제치고 역전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QPR이 지면 박지성이 운다. 맨시티는 올 시즌 홈에서 17승1무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QPR이 우승을 열망하는 맨시티를 잡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만약 맨시티가 예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맨유의 역전 우승은 물거품이 된다.

 이렇게 되면 맨유에서는 팀을 리빌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불안한 박지성의 입지도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QPR이 패할 경우 볼턴으로서는 강등권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한국 축구팬들은 우산장수 아들과 짚신장수 아들을 함께 둔 부모의 심정으로 EPL 최종 라운드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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