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하드웨어 시장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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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은 인터넷 열풍이 시장을 달군 한 해였다.이에따라 PC ·정보가전 등 신제품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졌다. 성능을 한단계 높였거나, 인터넷을 보다 편리하게 즐길 수 있도록 디지털화한 제품들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

◇값싼 PC,작은 노트북=상반기 최대의 히트상품은 ‘인터넷PC’였다.

정부의 지원 아래 8개 업체가 지난해 말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이 제품은 때마침 PC교체수요가 일고 인터넷바람이 불면서 정보통신업계 호황을 이끌었다.

인터넷PC 업체에 맞서 삼성 ·삼보 등 기존 업체들도 가격을 크게 내려 PC 수요를 부채질했다. 업계는 올해 PC제품(노트북 포함) 판매량이 3백35만대로 지난해(2백2만대)보다 7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볍고 휴대가 간편한 노트북의 인기도 꾸준했다. 하반기에 경기가 나빠지면서 데스크톱PC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지만 노트북은 꾸준히 팔리고 있어 연말까지 40만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두께 2㎝ 이하 ·무게 1.5㎏ 내외의 소형 ·고성능 제품을 뜻하는 서브노트북(슬림형 노트북) 제품들이 올해 인기를 누렸다. 편리함은 물론 성능도 데스크톱 수준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컴팩의 ‘아마다’시리즈가 수만대 이상 팔려나갔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후지쯔의 ‘라이프북’,도시바의 ‘새틀라이트’시리즈도 인기를 모았다.

서브노트북 시장의 성장에 자극받은 삼성전자는 11월 ‘센스Q’시리즈를 출시했으며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소니도 ‘바이오’시리즈를 내놓았다.

◇인터넷 관련 제품의 약진=인터넷을 통해 음악·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가 널리 퍼지면서 MP3플레이어와 대용량 저장매체 ·PC카메라 등이 네티즌들의 필수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MP3플레이어는 세계에서 처음 상용화한 종주국답게 수십개 회사가 다양한 디자인·성능의 제품을 내놨다.세부 모델로는 1백종 이상이 나온 것으로 추산된다.

화상채팅 사이트가 여러 곳 생기고 인기를 끌면서 PC·노트북용 카메라도 많이 팔렸다.또 동영상 ·음악파일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플로피디스크를 대신할 대용량 저장매체를 찾는 이들도 많았다.

용산 ·테크노마트에서 조립PC를 구입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CD롬 대신 데이터 쓰기가 가능한 CD-RW제품을 골랐으며,이메이션의 수퍼디스크 등 신개념 저장매체도 선보였다.

◇떠오른 디지털 가전=가전제품에 인터넷 기능을 합친 디지털가전제품을 업체마다 내놓았다.디지털 고화질 방송·디지털 위성방송사업자 선정 등이 맞물려 내년 이후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 등이 디지털TV ·DVD플레이어 등을 잇따라 출시했다.

아직 디지털TV는 5백만∼1천만원의 고가여서 판매량은 적지만 내년초부터 3백만원 전후의 제품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또 수년전 소개됐지만 콘텐츠 부족 등으로 외면받던 DVD플레이어도 다양한 기능·가격대의 제품이 나오며 시장을 열었다.

VCR이 장악한 가정용 녹화장치 시장을 노리는 PVR제품도 하반기에 잇따라 선보였다.디비코는 PC에 물려쓰는 ‘스마트TV’를 최근 발표했고 LG전자 등 여러 업체가 VCR형태의 독립형 제품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디자인도 기능도 퓨전=복합기능을 뜻하는 퓨전 바람도 거셌다. 이런 제품은 사용하기도 편하고 따로따로 사는 것 보다 값이 싸 당분간 신제품 출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DVD플레이어를 내장한 완전평면 복합TV와 DVD·VCR 기능을 결합한 복합 플레이어를 내놓았다.LG도 DVD플레이어에 녹화 기능을 덧붙인 DVD레코더를 개발했다.

또 모니터겸용 TV나 MP3 ·TV수신 기능을 복합한 제품도 나왔으며, 카세트와 MP3플레이어를 결합한 제품도 인기였다.

판매량은 많지 않았지만 인터넷냉장고 ·인터넷전자레인지 등 일반 생활가전제품에 인터넷 기능을 복합한 아이디어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무선 혁명 전초전=무선혁명을 이룰 기반제품들이 조심스레 시장에 나왔다. PDA ·포켓PC ·블루투스 기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는 국내업체인 제이텔의 ‘셀빅’이 강력한 한글기능과 싼 가격으로 상반기에 인기였다. PDA의 대명사인 미국 ‘팜’시리즈도 판매모델을 늘리고 한글기능을 강화하면서 많이 팔려 나갔다.

하반기에는 HP ·컴팩 ·카시오 등 윈도CE를 쓰는 포켓PC 신제품들이 줄을 이었다.국내 벤처기업인 싸이버뱅크는 ‘사이버드’라는 다기능 포켓PC로 미국 컴덱스쇼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들 정보기기들은 모두 휴대폰과 연결하거나 자체 모뎀을 통해 무선통신이 가능해 이른바 ‘포스트PC’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것들.

그런만큼 업계의 기술경쟁도 치열하다.업계에서는 내년 3월경 무선모뎀을 내장한 신제품들이 출시돼 무선 정보기기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루투스는 기능·가격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소형정보기기를 서로 연결하는데 최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적용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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