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TV〉'스타 골든벨'에 비난 빗발

중앙일보

입력

지난 24일 오후 성탄특집으로 방송된 KBS 2TV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에 대해 시청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슈퍼TV…〉는 고등학교를 순회하며 퀴즈왕을 가리는 같은 방송사의 〈도전 골든벨〉을 본떠 스타 가수들의 상식대결로 꾸민 '스타 골든벨' 코너를 마련했는데 수준 이하의 답변이 속출하고 다른 출연자들의 답을 훔쳐보는 꼴불견이 연출된 것이다.

일부 출연자들은 "목이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되는 시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기린'이라고 대답하는가 하면 마지막 남은 두 명의 출연자 중 하나가 '가장인구가 많은 대륙'을 '아메리카'라고 적기도 했다. '바퀴벌레'의 철자를 '바퀴벌래'라고 적은 출연자도 있었고 현장 진행자가 "추어탕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힌트를 주는데도 '미꾸라지'라는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모습도 화면에 비쳐졌다.

이에 대해 시청자들은 KBS 게시판을 통해 "연예인들이 아무리 몸으로 먹고 사는직업이라지만 너무했다", "어떻게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를 틀리고도 전혀 창피한 기색이 없는지 참 한심스럽다", "이들을 우상으로 여기고 있는 아이들 보기가민망했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불거져나온 특별전형 부정입학 사건에 빗대어 "그 정도의 머리를 갖고 대학가는 거 보면 신기하다", "연예인 특별전형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열심히 공부하는 수험생이 불쌍하다"는 등의 지적도 제기됐다.

더욱 시청자들의 분노를 산 대목은 출연자들이 문제를 맞추는 과정. 〈도전 골든벨〉의 출연자들과는 대조적으로 연예인들은 전혀 부끄러운 기색 없이 옆사람의 답을 '커닝'하며 고쳐쓰는가 하면 옆 출연자와 상의까지 해가며 답을 적는 태도를보였다.

보다 못한 진행자가 "부정행위를 하면 탈락자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의 막무가내식 행위는 끊이지 않았고 이런 행태는 중견가수보다 신세대 가수들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이른바 공인이라는 연예인들이 이럴 수가 있는가"라는 시청자들의 질타가 터져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특히 〈슈퍼TV…〉의 인기 코너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라는 슬로건의 '출발 드림팀'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승부를 재미있게 이끌기 위해 탈락자들의 순서를 감안해 문제의 배열을 조작했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지나치게 연예인들을 웃음거리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여론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영선 책임프로듀서는 "가수들의 스케줄에 따라 일부러 먼저 떨어진 사람도 있었고 재미를 주기 위해 일부러 틀린 답을 쓰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이 코너를 연예인들의 지식 대결의 장으로 보지 말고 즐겁게 보면서 웃을 수 있는 쇼 프로그램으로 이해해주었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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