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한국서도 늘어나는 ‘주부 아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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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아빠의 이동
제러미 스미스 지음
이광일 옮김, 들녘
332쪽, 1만3000원

좋은 아빠란 어떤 모습일까. 돈 잘 벌어오는 아빠인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줄 아는 아빠인가.

 신간 『아빠의 이동』은 그 이상을 요구한다. 아빠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파기할 것을 다양한 사례를 들며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가부장적으로 군림하는 옛 스타일은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한다. ‘주부 아빠(stay-at-home-Dad)’가 일반적 현상이 되리라는 전망을 전한다. 엄마는 직장에 나가서 돈을 벌고 아빠가 풀타임으로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리라고 보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현상을 ‘아빠의 이동’(영어판 원제 The Daddy Shift)이라고 부른다. 미 버클리대에서 발행되는 잡지 ‘더 좋은 세상’의 편집장이자 작가인 저자는 자신이 직접 ‘주부 아빠’의 길을 선택하며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가족 형태의 변화를 알리는 저자의 주장은 통계 자료에 의해 뒷받침된다. 미국에서 남성이 육아에 들이는 시간은 1965년을 기준으로 세 배나 늘었다. 95년을 기준으로 해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7년 미국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살림하는 아버지는 15만9000명인데 1995년에는 6만4000명이었던 것이다.

 뜻밖에 한국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추천사를 쓴 김태일 영남대 교수(대구경북여성사회교육원 공동대표)가 한국의 통계청 자료를 조사했다. 2007년의 경우 육아를 맡고 있는 남성이 5000명, 가사를 맡고 있는 남성이 13만8000명으로, 육아와 가사를 합쳐 집안일을 하는 한국 남성이 14만3000명이나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남성의 몰락’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5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엄마가 직장에 다니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지만 지금은 엄마의 80%가 일을 하고, 또 아내의 3분의 1은 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저자의 결론도 명료하다. 가족도 진화하는 사회에서 부부가 대화와 협력으로 더 좋은 가족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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