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했다고 잔혹하게? 사령카페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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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고등학생 이모(16)군이 범행 전 피해자 대학생 김모(20)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3일 ‘신촌 20대 남성 살인사건’의 피해자 대학생 김모(20)씨의 전 여자친구 대학생 박모(21)씨를 살인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10대 피의자들의 살인 계획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내버려 둔 혐의다. 경찰은 또 지난달 30일 김씨를 공원으로 유인해 흉기로 40여 차례 찔러 죽인 혐의(살인 등)로 고등학생 이모(16)군과 홍모(15)양, 대학생 윤모(18)군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은 인터넷 ‘코스프레’(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모방하는 것) 카페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김씨는 박씨의 소개로 이들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초대받았다. 갈등은 김씨가 지난달 초 박씨와 헤어지며 불거졌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와 친했던 피의자들은 김씨가 대화방에서 ‘방장’ 행세를 하려고 하자 불만을 품고 김씨를 따돌렸다”며 “대화방에서 왕따당한 김씨가 이들에게 ‘(홍양에게) 커플인 이군과 헤어져라’ ‘신상을 털겠다’ ‘죽여버리겠다’며 험담을 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사령 카페’ 논란과 남은 미스터리=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령(死靈) 카페’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살해 이유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피의자들은 과거 인터넷 사령 카페에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 1월 먼저 사령 카페에 가입한 박씨는 과외제자인 이군과 이군의 여자친구인 홍양에게 가입을 권유했다. 윤군은 가입한 사실이 없다. 이군과 홍양은 활동이 뜸해 지난달 사령 카페에서 강제 탈퇴됐다.

 논란은 김씨가 박씨의 사령 카페 활동에 불만을 품고 피의자들과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다툰 사실이 드러나면서 불거졌다. 또 피해자의 친구(20)가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피의자들은 사령 카페 소굴’이라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다”고 진술하면서 확산됐다. 경찰 관계자는 “왕따당한 김씨가 피의자들에게 욕설·험담을 한 것이 직접적인 살해 동기”라며 “사령 카페 문제는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될 수 없고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미스터리투성이다. 김씨와 이군 커플이 실제 만난 건 3~4차례에 불과하고, 윤군의 경우 사건 당일 김씨를 처음 만났다. 이군에게서 김씨에 대한 얘기만 들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칼로 수십 차례 찌르고 둔기로 때리는 등 범행 방식이 잔혹했다. 모욕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선 너무 과도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건 발생 후 35시간 안에 피의자 4명을 모두 검거하고도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명쾌히 밝히지 못한 경찰 수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근거다.

◆사령 카페=죽은 사람의 영(靈)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영을 부르는 방법·경험을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 카페 회원들은 특정 주문을 외우면 일반인도 영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인터넷엔 관련 카페가 100여 곳 이상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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