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가축 수 마음대로 못 늘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충남 홍성군에는 전국 군(郡)지역 중 축산농가가 가장 많다. 돼지 50만 마리, 소 6만8000마리를 사육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군의회는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12가구 이상이 모여 있는 마을(주거밀집지역)에서 반경 200m 이내에는 새로 축사를 짓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이 조례가 마련되기까지는 주민들 간 갈등도 컸다. 축산 분뇨로 인한 악취를 놓고 축산농가와 다른 주민들의 다툼이 수년간 계속됐다. 축산농가들은 축사 신축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을 침해하는 생존권 문제라며 반발했지만 군의회는 결국 조례를 통과시켰다. 홍성군 환경수도과 유철식 계장은 “사육시설이 새로 들어설 수 없는 지역 표시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이나 다음 달 15일 고시하고 본격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축산 분뇨는 수질 오염의 원인으로도 지적되고 있다. 3일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15만 축산농가에서 사육하는 2억700만 마리의 소·돼지·닭·오리가 배출하는 축산 분뇨는 하루 13만4100t이다. 양으로는 생활하수의 1%에 불과하지만 오염농도(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는 생활하수의 90배나 돼 전체 수질 오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7%다.

 특히 전체 축산 분뇨 중 공공축산폐수처리장과 농가에서 처리되는 양은 10.2%에 불과하다. 퇴비·액비(液肥·액체 비료) 형태로 농경지에 뿌려지는 양이 87.6%나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퇴비·액비로 숙성시키지 않고 농경지에 뿌리는 경우도 많다”며 “농작물에 흡수되지만 대부분은 하천으로 흘러 들어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축산 폐수로 인한 수질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해 7일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홍성군처럼 주거밀집지역 등에서만 사육 제한 조례를 만들 수 있었지만 전국의 상수원관리지역도 자치단체장에게 가축 사육을 제한하는 조례를 정하도록 권고할 수 있게 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주거밀집지역이나 상수원 주변에서 가축을 마음대로 길러도 제한할 근거가 없었다”며 “적정 사육 규모를 초과하면 ‘과밀사육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팔당호 주변은 상수원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했어도 소·돼지 사육 두수가 2005년 26만 마리에서 2009년 37만 마리로 늘어 이런 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무허가·미신고 축산시설에 대해서는 사용 중지·폐쇄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축산농가는 반발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 홍성군지부 손세희(46) 부지부장은 “정부 규제를 보면 1차 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방적인 규제보다는 농가에 대한 지원과 축산 분뇨 처리시설 확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수질오염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 미생물이 물속의 음식물 찌꺼기나 생물체 같은 유기물을 분해할 때 소비하는 산소의 양이다. 물속에 유기물이 많으면 BOD 값도 높게 나타난다. 물 1L에서 산소 1㎎이 소비됐을 때를 BOD 1ppm이라 한다. 1ppm은 100만분의 1이란 의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