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2명, 카톡서 대학생과…살인 부른 '현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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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 신촌 번화가의 한 공원에서 20대 남성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10대 청소년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일어난 다툼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50분쯤 서울 창천동 바람산공원에서 대학생 김모(20)씨를 4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모(16)군과 홍모(15)양을 신촌의 한 찜질방에서 붙잡아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은 또 달아난 윤모(20)씨를 공범으로 보고 쫓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터넷 음악 카페에서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대화를 하다 말다툼이 일어나자 ‘한번 만나자’고 한 것이 살인에 이르게 됐다. 이른바 ‘현피’(온라인상 다툼이 현실에서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것)였다. 보통 현피는 온라인 게임 중 시비가 붙은 게임 이용자들이 실제로 만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 대한 사적 원한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숨진 김씨를 처음 발견한 것은 공원을 산책하던 정모(35)씨다. 정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50분쯤 공원 화장실 주변 계단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김씨와 그 옆에 서 있던 두 명을 목격하고 112에 “사람이 쓰러져 있다. 옆에 서 있던 두 명은 흉기 같은 걸 들고 있었다 ”고 신고했다. 당시 현장엔 정씨 말고도 최소 4~5명이 있었지만 이를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10분 뒤 현장에 출동했을 때 김씨는 계단 옆 풀숲에 머리·목·배 등이 칼에 40여 차례 찔린 채 숨져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는 김씨가 숨진 뒤에도 10여 차례나 칼로 찌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평소 인터넷 게임을 즐겨 했다는 주위 진술과 숨지기 두 시간 전쯤 친구에게 “OO(인터넷 카페 ID)를 만나러 신촌으로 간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을 토대로 인터넷 카페 회원을 상대로 수사해 왔다. 김씨는 강원도 소재 모 대학 방송영상학과 2학년으로 주말을 맞아 지난달 27일 서울 흑석동 집에 올라왔다. 이후 지난달 30일 “학교로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변을 당했다.

◆현피=온라인 게임상 시비 때문에 현실의 다툼으로 이어지는 상황. 현실+플레이어 킬(Player Kill·상대를 죽인다는 게임 용어)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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