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강태공과 보이스피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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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기 시작하자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쁘다. 호수 강 저수지등에서 붕어나 잉어를 낚는 민물낚시며 배를 타고 바다 가운데에 나가 도다리를 잡는 바다낚시가 활기를 띄고 있다.

낚시하면 일반적으로 강태공(姜太公)을 연상한다. 지금으로부터 3000년전 중국 황하의 지류인 위수(渭水)에서 낚시를 하던 강상(姜尙)은 낚시보다 세월을 낚고 있었다. 사실 그는 은(殷)의 사람으로 주왕(紂王)의 폭정을 피해 위수로 도망, 은의 멸망을 도모하려는 자신의 뜻을 알아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의 제후국인 주(周)의 서백(西伯)이 그를 알아보았다. 강상의 인격이며 철학이 할아버지(태공)가 꿈에서 바라던 인물이었다. 서백은 그를 “강태공망(姜太公望)” 또는 “강태공”으로 불렀다. 강태공은 서백이 죽고 태자가 된 둘째 아들 무왕(武王)을 도와 은을 멸망시킨다. 제후국인 주가 불과 4만5천의 군사로 천자국인 은의 72만 대군을 물리친 목야(牧野)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목야는 오늘날 중국의 하남성 신향(新鄕)지역이다.

“태공조어(太公釣魚)”라 하면 낚시보다 다른 의미로 바뀌어 쓰이면서 유명해진다는 뜻이 있다. 지금도 “조어(釣魚)”가 들어가는 지명이 단순히 고기잡는 의미가 아닌 고도의 정치적 함의를 보이는 것이 많다. 베이징 서쪽 국가 영빈관인 댜오위다이(釣魚臺)는 2003년 8월부터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반도 주변의 6개국이 회담을 열고 있는 회담장이다. 이곳은 본래 중국의 청(淸)황실 행궁이 있던 곳으로 황제와 그 가족들이 인근의 옥연담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여가를 즐겼던 곳이다.

중국과 일본과의 영토분쟁의 대상이 되는 댜오위다오(釣魚島)를 중심이 되는 몇 개의 섬(釣魚島群島)은 타이완과 일본의 오끼나와에서 가깝다. 일본에서는 센카쿠(尖閣)열도라고 부른다. 19세기 후반 이 지역을 탐사한 영국의 해군이 섬들의 모습이 뾰족하다고 하여 "피내컬 아이랜드(Pinnacle islands)"라고 이름 지은 것을 직역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센카쿠열도 중에 가장 큰 섬을 어조도(魚釣島)로 표기하고 있다. 영어처럼 목적어가 동사 뒤에 오는 중국어의 어순(語順)으로는 조어(釣魚)이지만 우리말처럼 목적어가 동사 앞에 오는 일본어의 어순 상 어조(魚釣)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곳이 본래 고기를 잡는 섬이란 뜻은 마찬가지이다.

요지음 또 하나의 피싱(낚시)이 극성을 부린다. 전화사기로도 불리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다. 이는 전화로 복잡한 미끼를 사용하여 금융정보나 비밀번호를 “낚아내어” 사기를 치는 고도의 낚시 아닌 낚시수법이다. 낚시의 계절을 맞아 진짜 낚시(fishing)만 즐기면 좋겠다.

유주열 전 베이징 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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