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기] 제주 신영 영화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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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다도, 조랑말, 돌하루방, 한라산, 흑돼지 등 제주도를 대표하는 단어들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박물관이라는 수식어를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최남단 남원읍의 한가로운 순환도로변에 위치한 하얀 우주선모양의 건물(사진=열대나무 너머로 보이는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의 하얀돔형 건물). 그 건물이 60년대 영화배우 신영균씨가 오랜 기간동안 뜻을 두도 건립한 국내최초의 영화박물관이다.

완공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작년 여름의 영화박물관은 그저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하나의 하얀건물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그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개장한 제주신영영화박물관은 그 규모나 주변환경, 내용면에서 영화박물관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제주도 서남쪽 한가한 순환도로를 따라가다보면 도로변에 하얀 돔형 지붕을 한 건물이 보인다. 넓은 주차장, 여름이면 푸른 잔디를 자랑하는 앞마당, 그리고 하얀건물너머 보이는 푸른 바다 등이 첫 인상이다.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영화의 역사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명예의 전당'과 '영화역사'가 나온다. 예전 한국영화속 주인공들과 영화역사를 사진 및 대본, 소품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특수효과촬영'방에서는 미국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주도시 모형과 함께 자세한 영화특수촬영 도움말을 들을 수 있다. 그 옆에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처럼 남녀가 함께 멋있게 키스하면 이를 촬영하여 영화의 배경을 깔아 인쇄해주는 곳이 나온다.

1층에는 그 외에도 각종 영사기기, 에니메이션 등을 구경할 수 있으며, '특수분장'방에서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자주 선보이는 특수분장의 과정을 꼼꼼히 알 수 있다.

2층에 올라가면, 한 방송국의 뉴스센터를 그대로 옮겨놓아 실제 뉴스앵커의 모습으로 직접 촬영해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되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영화에서 음향효과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음향실'과 '영상합성실' 등도 2층의 볼거리다. 그리고 영화 '쉬리', '은행나무 침대','유령' 등 각종 한국영화에 사용되었던 소품 전시되 있어 그 때의 감흥을 되살리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한 구석에는 영화에 등장했던 캐릭터를 모델로 갖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어 오는 이의 발길을 멈춰 세운다.

제주신영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작은 건물이지만, 건물 내부만 구경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

박물관 뒤편으로 나오면 톰 행크스가 벤치에 앉아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톰 행크스가 벤치에 앉아 있는 모양을 그대로 실물처럼 전시해 놓았을 뿐 아니라,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쉬리','마스크' 등 각종 영화 속 모형을 그대로 제작해 놓아 시선을 끈다.

넓은 바다로 다가가면 놀랄만한 광경을 또 하나 보게 된다. 영화 '죠스'에 등장하는 식인 상어 죠스가 실물크기로 전시되 있어 유명한 촬영장소가 된지 오래다.

여름이면 야외매점에서 파는 코코넛에 바로 빨대를 꽂아 마시며 탁 트인 망망대해를 바라볼 수 있는 곳도 마련되 있어 잠시나마 찌든 세상사를 잊게 한다.

영화학도는 물론 일반인도 자주 찾고 있는 제주신영영화박물관. 단순한 박물관에 질린 사람이라면 이 곳은 그런 기분을 단숨에 씻어 준다. 마치 외국의 한 작은 박물관을 관람하는 듯한 착각속에 한국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한 눈에 읽어 볼 수 있는 특화된 박물관이다.

제주의 명소가 아니라 세계인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아 영화속 한 부분으로 영원하길 기원해 본다.

제주신영영화박물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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