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웬 떡이냐 … 서울에 굴러온 원정 첫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전광판 시계마저 멈춰버린 후반 49분. 강원 FC의 중앙수비수 박우현이 걷어낸 볼이 FC 서울 미드필더 몰리나(32)의 몸에 맞고 굴절돼 흘러나왔다. 이 공을 잡은 몰리나가 팀 동료 데얀(31·사진)에게 패스했고, 데얀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 한 장면에 양 팀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의 벤치는 축제 분위기였다. 너나 할 것 없이 그라운드 언저리로 몰려나가 환호했다. 실점한 강원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쥐며 그라운드 여기저기에 주저앉았다. 제자들을 바라보던 김상호 강원 감독 또한 고개를 떨궜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관중석은 침묵에 휩싸였다.

 서울은 29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10라운드 경기에서 홈팀 강원을 2-1로 이겼다. 미드필더 몰리나가 승리에 앞장섰다. 전반 28분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고, 경기 종료 직전 천금 같은 패스로 결승골을 도왔다.

 서울에 강원전 승점 3의 가치는 남달랐다. 올 시즌 원정에서 거둔 첫 승리였다. 다섯 차례 어웨이 경기에서 4무1패에 그친 부진을 말끔히 씻었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원정 무승 징크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면서 “오늘 승리가 선수단의 자신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만족해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경남 FC를 홈으로 불러들여 3-1로 크게 이겼다. 제주는 전반 5분 송진형이 산토스의 패스를 골문으로 밀어넣어 첫 골을 터뜨렸고 5분 후에는 호벨치가 추가골을 뽑아냈다.

후반 17분에는 자일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경남은 후반 37분 조르단이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제주는 7경기에서 5승2무의 상승세를 타며 6승3무1패(승점 21)로 수원 삼성(7승2무1패·승점 23)에 이어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한편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남과 인천의 경기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0-0으로 막을 내렸다. 홈팀 전남이 전체적으로 경기를 리드했지만, 두꺼운 인천의 수비벽을 뚫지 못했다.

강릉=송지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