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깡패다,영업하지 말랬지" '대리셔틀' 조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달 중순 경기도 수원시 인계동. 대리 셔틀 조직 ‘J연합’의 회원들이 조직에 가입하지 않은 셔틀 승합차 기사(오른쪽)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전 2시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의 신갈오거리 근처. 이른바 ‘대리 셔틀’ 영업을 하는 방모(36)씨의 승합차를 건장한 남자 두 명이 가로막았다. 대리 셔틀은 심야에 대중교통이 끊긴 뒤 이동 수단이 필요한 대리운전기사들을 실어나르는 운전 영업이다. 불법이지만 대리 셔틀 영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방씨는 이날도 대리기사들을 태워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방씨가 내리자 남자는 다짜고짜 욕을 해댔다. “나 깡패다. 영업하지 말라니까 왜 영업하느냐. 죽고 싶으냐?”는 폭언과 함께 발길질과 주먹질을 했다. 방씨를 폭행한 사람은 대리기사 셔틀 차량 모임인 ‘J연합’의 회장 구모(48)씨와 운송노선팀장 한모(50)씨였다. J연합은 지난해 11월 결성돼 서울·경기도 일대의 대리기사 셔틀버스 운행을 장악했다. 회원 차량이 100대가 넘는다. 이들은 비회원들의 운송 영업을 방해하고 자신들의 세력을 조직화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방씨와 같은 비회원 운전자 10여 명이 이들에게 협박과 폭행을 당했다. 세력권을 정해 각종 이권을 장악하는 폭력조직과 다를 바 없었다.

 J연합의 근거지는 수원시 인계동 인계사거리. 셔틀 차량 터미널 또는 환승 장소로 활용되는 이곳을 그들끼리는 ‘바운드’라고 부른다. 바운드에는 ‘보안관’이 배치된다. 차량 배차를 담당하고 비회원 차량의 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서울 구로공단과 강남 교보타워 앞, 성남(모란시장)·안양(범계역)·평택(평택역)·용인(신갈·동백) 등 서울·경기 지역의 주요 거점에 정류장을 만들고 운송팀장을 배치해 회원 차량들이 독점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리운전기사들은 1000~4000원의 요금을 내고 이들의 셔틀 차량을 이용했다.

 대리 셔틀 회원들은 낮에는 12인승 승합차를 학원이나 어린이 통학용으로 사용하다 자정 이후부터 새벽 내내 대리기사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심야에 조직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단속도 쉽지 않다. 이들은 J연합 회원임을 증명하는 인식표와 노선표를 내걸고 공개적으로 영업을 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구씨와 한씨 등 J연합 회원 32명을 폭행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또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이들의 불법 유상운송행위를 통보했다.

수원=유길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