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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프랑스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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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김민상
사회부문 기자

지난주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인 파리를 찾았다.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불편함이었다. 서울에서는 인터넷을 어디서나 이용했지만 파리 곳곳에서는 느리고 먹통이었다.

알렉상드르 버틴(23)은 한국산 스마트폰을 꺼내 들면서 “지금 프랑스 경제 상태로는 이런 제품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부채는 90%에 육박한다. 15~24세 실업률은 20%를 넘는다. 젊은이들은 나라의 앞날을 걱정했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만난 의대생 니콜라 엔라무(23)는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은 하겠지만 돈을 벌기 어렵다”며 “프랑스 경제가 스페인이나 그리스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걱정을 했다. 경제난을 해석하는 방식은 다양했다. 파비아(26)는 “세금이 외국인한테 가기 때문”이라고 했고, 스테파노 프로커치(43)는 “부자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극우파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4) 후보와 극좌파 장뤼크 멜랑숑(61)이 각각 17.9%, 11.1%의 표를 얻었다. 투표자 10명 중 3명은 양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것이다. 르펜 후보는 “이민 허용 인원을 연간 20만 명에서 1만 명으로 줄여 일자리를 지키자”고 했다. 멜랑숑은 “연간 36만 유로(약 5억4000만원) 이상 소득은 세금으로 전액 환수하자”고 주장했다. 경제 문제의 해법은 각기 다른 방향이었다.

 하지만 두 후보는 모두 블루칼라 노동자들에게 두터운 지지를 받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의 한 외교관은 “팍팍한 삶을 ‘외국인’ 탓으로 돌리느냐, ‘소득 분배 문제’로 넘기느냐에 따라 양극으로 갈린다”고 말했다. 양극 지지층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셈이다.

  지난해 8월 영국 전역으로 확산된 폭동이나 이번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서 보인 양극 지지층은 오랜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에 대한 국민들의 절망과 분노가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뽑힌 필리핀 출신 이자스민(35)씨에게 인종차별성 인신공격이 쏟아져 논란을 낳았다. 전문가들은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구조에서 취약 계층은 언제라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에서도 외국인·고소득층을 분노의 대상으로 삼아 배척하거나 그 과정에서 극우·극좌파가 영향력을 극대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인 생각과 선택을 막으려면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