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카우보이〉외 주말의 TV 토요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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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카우보이- EBS 밤 9시

뉴욕 밤거리의 비참한 청춘

참으로 한심한 인생이다. 텍사스 촌동네의 무료한 삶을 탈출, 뉴욕으로 상경한 주인공 조 벅 (존 보이트) 은 유한마담을 상대하는 고급 남창이 되어 돈을 벌 꿈을 꾼다. 그러나 정글과도 같은 1960년대 뉴욕에서는 그같은 꿈조차 쉽지 않다.

여자들에게 멋지게 보일거라고 생각한 카우보이 행색은 시골뜨기의 표지인양 놀림을 받을 뿐. 입심좋은 사내 랏초 (더스틴 호프만)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조의 꿈은 산산이 부서져간다.

다큐멘터리로 영화이력을 시작한 영국 감독 존 슐레진저는 헐리우드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 뉴욕 뒷골목의 비참한 삶을 무섭도록 냉정하게 묘사한다.

폐허나 다름없는 건물에서 랏초가 데려오는 남자손님들에게 몸을 파는 조, 위중한 병으로 죽어가면서 포주 노릇하는 랏초의 삶은 너무도 처절하다.

당시 일부 비평가들은 이방인인 슐레진저가 악의적으로 미국의 어두운 면만을 골라 묘사했다고 불평했을 정도. 그러나 아카데미의 평가는 달랐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는 작품상.감독상.각본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 X등급 영화로는 전무후무하게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동성애 묘사 등을 이유로 개봉 당시 맥겨졌던 X등급은 후에 R등급으로 조정됐다.

1969년작. 원제 Midnight Cowboy.★★★★ (출처 : 레너드 몰틴의 영화와 비디오 가이드2000' .만점 ★ 네 개)

세인트- 16일 밤 11시20분

사랑에 빠진 도둑

어린 시절 원장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고아원에서 뛰쳐나온 존 템플러는 능수능란한 변장술로 신출귀몰하는 도적이 된다.

'세인트' 라는 별명은 매번 카톨릭 성자의 이름을 본따 가명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 5천만달러를 모으는 것이 목표인 그는 러시아 거물의 의뢰로 저온핵융합 공식을 훔치러 갔다가 개발자인 에마의 순수한 마음에 반한다.

필립 노이스 감독. 발 킬머.엘리자베스 슈 주연. 원제 The Saint.1997년작. ★★

에이리언 4- KBS2 밤 10시40분

DNA복제 통해 부활

전편에서 용광로 불길 속에 뛰어든 리플리 (시고니 위버)가 2백년 뒤 DNA복제를 통해 부활한다. 한 기업이 리플리의 몸 안에 있는 에이리언의 태아를 분리시켜 에이리언을 배양시키려한 것.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주네가 바통을 이어받은 게 영 마뜩찮았던 것일까. 미국 개봉 당시 상당한 혹평을 받았지만 리플리와 에이리언의 미묘한 관계, 깜찍한 사이보그 콜 (위노나 라이더) 의 등장 등 특유의 상징성과 볼거리가 나름대로 풍성하다.

1997년작. 원제 Alien:Resurr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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