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공단' 첨단벤처단지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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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 경제개발시대 수출전진기지로서 ''한강의 기적'' 을 일구어 냈던 곳, 그러나 저임(低賃) 을 보충하러 야근에 나선 근로자들이 속쓰린 ''노동의 새벽'' 을 맞던 곳.

한국경제의 영욕(榮辱) 이 교차해온 구로공단 일대가 변모하고 있다. 굴뚝산업의 대명사 구로공단은 이제 산뜻한 아파트형 공장과 벤처단지로 바뀌었다. ''벌집'' 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인근지역엔 아파트들이 솟고 있다.

이에 걸맞게 구로공단의 이름도 14일부터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로 바뀐다. 저임금.벌집.공해 등 ''구로공단'' 이란 이름에 붙어있던 이미지를 떨쳐내고 최근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단지 운영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 은 14일 오전 산업자원부장관 및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이름 선포식을 갖는다.

◇ 굴뚝산업 메카에서 벤처단지로=단지의 아침 출근길. 과거 회색 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로 가득 찼던 거리는 밝고 세련된 차림의 젊은 벤처인들로 바뀌었다.

1997년 구로공단 산업재배치 계획이 수립된 이후 섬유.조립금속 등 소위 굴뚝산업들은 빠르게 사라지고 통신부품과 단말기, 인터넷 관련업 등 첨단 업종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현재 6백70여개의 입주업체 중 53%가 첨단 업종이다.

이 일대 사무실의 평당 임대료는 2백50만원선. 때문인지 평당 4백50만원을 호가하는 테헤란 밸리를 떠나 옮겨오는 벤처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아파트형 공장인 에이스테크노타워와 대륭테크노타운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인텔리전트 빌딩인 산업단지공단(KICOX) 벤처센터가 개장해 이 지역의 벤처타운화를 재촉하고 있다.

가리봉 오거리 주변의 2.3공단도 의류상설할인매장 26곳이 들어서면서 패션.디자인 기지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이효진(李孝鎭) 산단공 이사장은 "업종고도화와 고부가가치화가 끝나는 2010년이면 서울디지털산업단지는 연구개발기능과 제조기능이 결합된 한국 최대의 복합형 벤처밸리가 될 것" 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탈바꿈하는 공단 주변=공장과 벌집, 구시가지가 어지럽게 섞여있던 공단주변도 정돈되고 있다. 구로역과 신도림역 일대 32만4천평이 ''역세권 지구단위계획'' 구역으로 지정돼 주상 복합형 신도시로 거듭 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종근당.삼영화학 등 대형공장이 옮겨간 자리에는 이미 아파트가 들어섰거나 공사중이며, 현재 이전 추진 중인 대성연탄 부지와 구로역 사거리 일대에는 쇼핑센터.유통설비.업무용 빌딩 등이 들어서게 된다. 도로도 기존 도로 확장과 더불어 폭 8~12m의 도로가 13개나 더 뚫리게 된다.

어린 여공들의 고단한 꿈이 묻혀 있는 구로동.가리봉동 일대의 단칸방 ''벌집'' 들도 거의 사라졌다.

한때 6만여명이 기거했던 벌집촌들은 1공단주변(구로3동) 의 1천3백여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재개발이 완료돼 고층아파트가 들어섰다.

공장굴뚝이 사라지면서 이 일대의 공기도 맑아지고 있다. 구로구청의 조사에 따르면 90년 서울시 평균을 넘어섰던 먼지.오존.일산화탄소 등의 대기오염도가 최근 평균치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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