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월드컵] 1934년 이탈리아 월드컵(4), 1회전에서 탈락한 남미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의 대승과 오스트리아의 신승으로 대변되는 1차 예선의 최대 이변은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탈락한 일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탈리아에 오기까지 걸렸던 4주라는 시간이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하며 관광객과 같은 신세로 전락했다.

당시에도 최고의 전력을 자랑하던 브라질은 1회전에서 스페인과 맞붙었다. 스페인에는 훗날 최고의 공격수로 등극한 에우제비오나 2000 유럽 선수권대회 최고의 스타인 피구와 같은 존재도 없었다. 전력상으로는 도저히 브라질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스페인의 3-1 승. 브라질은 자신들의 공격력을 과신했다. 일방적으로 스페인을 몰아붙였지만 자기 진영을 텅 빈 상태로 남겨 둘 정도로 지나친 자신감을 보인 것이 패인이었다.

훗날 펠레의 스승으로 다시 한번 이름을 날리는 데브리토와 레오디나스가 이끈 공격진을 역량을 믿었다면 결과는 다르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브라질은 선수 전원이 공격에 가담하며 스페인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브라질의 맹공을 온 몸으로 막아내면서 스페인 공격수들에게 역습 기회를 만들어 준 골키퍼 리카르도 자모라(Ricardo Zamora)는 이 경기를 통해 새로운 스타로 등극했다. 자모라는 90분 동안 브라질의 맹공을 막아내며 “여덟개의 팔”을 지닌 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스페인은 전반 17분 호세 이라라과리가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뽑고 이시드로 랑가라가 23분과 41분에 연속골을 성공시키며 3-0으로 전반은 마쳤다. 브라질은 후반 7분 레오디나스 드 실바가 한 골을 뽑아내며 추격했지만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같은 시간 볼로냐에서 벌어진 스웨덴과 아르헨티나의 경기도 스웨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브라질에 비해 아르헨티나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었다.

당시 유럽의 프로 구단들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의 유망주들을 무분별하게 스카우트했다. 우승을 목표로 전력을 강화해온 이탈리아는 1회 월드컵에서 크게 활약한 아르헨티나의 구와이타와 몬티를 귀화시켜 대표팀에 포함시킬 정도였다. 아르헨티나는 또 다시 자국의 유망주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현실을 막기위해 주전들을 제외하고 2진 위주로 대표팀을 파견했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아르헨티나의 2진 선수들은 만만치 않았다. 전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문 아르헨티나는 스웨덴을 맞아 전반 16분 벨리즈가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스웨덴 문전 15m 전방에서 얻은 프리킥을 바로 골로 연결시킨 것이다. 스웨덴은 33분 요한손이 동점골을 터뜨리며 전반을 마쳤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아르헨티나는 알베르토가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지만 22분 요한손에게 다시 동점골을 내주고 경기 종료 10분전 크룬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아르헨티나는 공격에서는 스웨덴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수비와 골키퍼에서 허점을 보이며 예고된 패배를 뒤집지 못했다.

결국 남미에서 유일하게 2회 월드컵에 참가했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1회전 경기를 마치고 다시 짐을 꾸려야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