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민생 상징 ‘112 위치추적’ 외면한 18대 국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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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정치부문 기자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 앞에 ‘국민’은 없었다. 24일 여야가 ‘몸싸움방지법’에 합의를 보지 못한 통에 18대 마지막 국회에서 중요 민생법안들이 폐기 처분될 판이다. ‘112위치추적법(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과 약사법 개정안 등 민생법안 말이다.

 민생법안의 존폐를 가르는 ‘몸싸움방지법(국회선진화법)’은 이미 17일 운영위원회(새누리당 황우여 위원장)를 통과했다. 그런데 그 직후부터 새누리당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너무 쉽게 처리에 합의했다. 어떻게 총선 공약을 실천하겠느냐”며 의원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규제가 너무 많아 국회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원래 법안 추진에 적극적이었던 건 새누리당이었다.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등 폭력사태를 막자는 취지로 황우여 원내대표를 주축으로 구성된 ‘국회바로세우기모임’에서 적극 추진했다. 민주통합당은 소극적이었다. 그러자 당시 새누리당 황영철 대변인은 “민주통합당이 말은 않고 있지만 ‘19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자신들도 직권상정이 필요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만의 극치”라는 표현도 썼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자 두 당의 입장이 바뀌었다. 새누리당 쪽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하자 민주통합당에선 새누리당을 향해 “오만의 극치(이용섭 정책위의장)”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똑같은 비판이 양쪽에서 시점과 방향을 달리해 나온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을 압박하기 위해 몸싸움방지법과 다른 민생법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전략으로 배수진까지 쳤다.

 이런 ‘배짱’에도 새누리당은 할 말이 없다. 어쨌든 ‘원안대로 하자’는 민주통합당에 비해 명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이 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예정됐던 의총을 10분 전에 취소해 버렸다. 시간을 벌자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24일 본회의는 무산되고 말았다. 18대 국회 마지막 순간까지 벼랑 끝 대치다.

 여야는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다시 본회의를 소집한다는 계획이지만 그 역시 여야 몸싸움방지법 절충안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 ‘몸싸움방지법’이란 여야의 손익계산이 맞아떨어지기 전까지 국민 생활과 직결된 법안 처리는 물 건너간 셈이다. 112신고자의 휴대전화로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위치정보보호법 개정안,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 인터넷으로 수입 쇠고기 이력을 열람할 수 있는 쇠고기이력관리법 등 59건의 민생법안은 휴지통에 처박히기 일보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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