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형 외교관 키우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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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 사관학교 역할을 할 국립외교원이 24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개원식을 했다. 참석자들이 청사 앞에서 국립외교원 원명석 제막식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비탈리 펜 우즈베키스탄 대사(주한 외교사절단장),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황식 국무총리, 김병국 국립외교원장, 김용규 한국외교협회장. [최승식 기자]

47년간 실시해 온 외무고시를 대신해 2014년부터 새롭게 외교관을 배출해 낼 국립외교원이 24일 닻을 올렸다. 이날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개원식엔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이 참석해 원명석(院名石) 제막식과 기념식수를 했다. 내년 9월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국립외교원은 1년간의 교육을 거쳐 외교관을 길러낸다. 일반·지역·전문가 등 3개 전형을 통해 선발된 60명 중 40명이 최종 임용된다. 외무고시는 2013년(47회)을 마지막으로 사라진다.

 김병국(53) 초대 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현 국가의 상황 분석을 냉철히 할 수 있는 이성, 공직의 가치를 인식하는 영성(혼), 대화할 줄 아는 감성이란 3개 축에 맞춰 춤을 출 수 있는 인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다.

 -교수진과 커리큘럼을 어떻게 짜나.

 “ 로스쿨처럼 실무형 교수를 초빙해 사례 분석을 많이 할 것이다. 구체적으론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센트럴 유러피언 대학(CEU)’이 한 모델이다. 이 대학은 60%가 전임, 40%가 30여 개국에서 온 방문 교수진으로 구성돼 있다. 교수진의 40%는 문제의식을 던져주는 투수, 60%는 그걸 이어받아 전문화시키는 포수로 역할 분담이 잘 이뤄지고 있다.”

 -21세기 외교관의 정의는.

 “스티브 잡스의 ‘돌아보라(Search), 발견하라(discover), 합쳐라(combine)’는 말이 외교에도 적용된다. 헨리 키신저나 비스마르크 같은 전략가도 필요하겠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적 호소력을 입증한 K팝 스타들, 탈북자를 돕는 인권 운동가들 모두가 대단한 외교관 아닌가. 이들과 함께 국가를 위해 고민하고 국민을 위해 아파할 수 있는 인재가 중요하다.”

 -‘영성’을 키우는 교육에 방점을 찍은 게 특이하다.

 “인문학 교육을 통해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하다. 참고문헌보다는 원전에 충실한 인문 독서를 강조할 계획이다. 교수-학생 간 집중 토론과 스킨십을 통해 ‘사랑’ ‘자비’ 등에 답하며 자신과 남들 사이에서 공통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다. 이들이 외교 주역이 될 때면 미국이 많이 기울고 중국이 부상한 환경이 될 것이다. 새로운 한반도의 상황을 직시하고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용기’가 절실하다.”

 -수료 후 탈락자들은 어떻게 하나.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 등 타 부처나 지자체, 또는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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