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의 모범사례 런던심포니를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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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바비칸센터에 상주하고 있는 런던심포니(LSO)는 연주력 못지 않게 뛰어난 기획공연으로 모범적인 교향악단으로 성장해왔다.

런던심포니는 1995년 콜린 데이비스 경이 상임지휘자로 부임한 이래 매년 1~4명의 작곡가를 집중 조명하는 페스티벌을 열어왔다.

올해엔 75세 생일을 맞은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의 음악을 집중 조명하는 '불레즈 2000' , 70회 생일을 맞은 지휘자 겸 작곡가 로린 마젤 특집, '보헤미아의 봄' 등의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지난 6일 바비칸홀에서는 상임지휘자 콜린 데이비스 경이 지휘하는 런던심포니가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인' 의 제1~2막을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했다.

12명의 독창자와 런던심포니콰이어(LSC)가 무대를 메운 가운데 중간 휴식 없이 계속된 연주는 BBC 라디오3을 통해 생방송됐다.

또 연주실황은 지난해 자체 레이블로 출범한 'LSO 라이브' 에 담겨 다음달 초 음반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메이저 음반사의 레코딩 제의가 급격히 줄어든 요즘 LSO뿐 아니라 뉴욕필.필라델피아 등 세계 유명 교향악단들은 공연 실황을 엄선해 음반으로 제작해 염가로 판매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LSO의 페스티벌은 바비칸홀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는 바비칸센터의 장점을 살려 음악 연주뿐 아니라 전시.강연.영화상영을 곁들이는 게 특징.

런던심포니의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인 'LSO 디스커버리' 의 일환으로 심포지엄.영화상영.프리콘서트 강연.문학 이벤트 등을 열었다.

공연에 앞서 바비칸센터 영화관에서는 장 루이 바로 감독의 영화 '환상교향곡' 이 상영돼 베를리오즈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이날 공연은 2003년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 탄생 2백주년을 앞두고 콜린 데이비스가 LSO를 이끌고 지난해 12월부터 13개월에 걸쳐 진행해온 '베를리오즈 오디세이' 의 피날레 무대였다.

베를리오즈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콜린 데이비스는 1957년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에서 '트로이인' 의 역사적 재상연을 지휘한 것을 시작으로 그늘에 가려져왔던 베를리오즈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데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이번 베를리오즈 오디세이는 '환상교향곡' '이탈리아의 해롤드' '여름밤' '벤베누토 첼리니' '그리스도의 유년 시절' '로미오와 줄리엣' '베아트리스와 베네딕트' '파우스트의 겁벌' '트로이인' 등 관현악.합창.오페라를 아우르는 음악세계를 총정리한 역사적인 무대였다.

LSO가 합창을 동반하는 대형 기획을 꾸미는 것은 LSC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66년 창단된 LSC는 2백명의 아마추어 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2시간30분씩 전문 성악코치의 지도로 연습한 후 무대에 선다.

런던심포니는 내년 5월 로스트로포비치의 객원지휘로 일본 순회공연과 함께 서울공연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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