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주택이 대박 날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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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기자]

정말 기막힌 발상이다. 비싸게 팔아도 되는 곳인데도 상한제에 걸려 분양가를 높일 수 없는 사안을 단 칼에 해결한 아이디어.

경쟁사들이 사업성 없다고 다 포기했던 땅에 관련 법의 틈새를 활용해 대박을 터뜨렸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도시내 판교역 인근 한 근린상업지역에서 만들어진 주상복합아파트 프로젝트의 신화다.

부지의 매입가격과 건축비 등을 감안해 계산된 분양가는 평당 1700만원 선. 주변 시세를 고려할 때 2000만원 이상을 받아도 분양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곳이다. 그렇지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아파트 분양 경쟁률은 엄청나겠지만 상가 부문에 리스크가 많아 적자를 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관련 업체들은 아예 LH공사의 부지매각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딱 한곳, 우리나라 최고의 디벨로퍼로 꼽히는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MDM만이 참가했다. 다른 상업지역은 입찰경쟁이 심해 낙찰가격이 예정가의 1.7배 내지 2배까지 치솟았지만 이곳은 단독입찰로 인해 예정가격인 평당 5000만원에 매입하는 행운(?)을 얻었다.

주변에서는 “문회장이 드디어 맛이 같구먼”하며 비아냥거렸다. 다들 채산성이 없다고 포기했던 곳이니 그럴 만도 했다.

근린상업지역인 이 곳은 주상복합아파트 건립이 가능했다. 그렇지만 전체 연면적의 30%이상은 상가로 설계하도록 돼 있어 사업자는 이 상가 처리가 쉽지 않았다.

2009년 5월 부지매각 입찰 당시의 부동산 경기는 침체시기여서 선뜻 땅 매입에 나설 업체가 별로 없었다. 다들 자금시장 또한 좋지 않아 섣불리 뛰어 들었다가는 큰 낭패볼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사업부지 바로 앞에 매머드 복합상가 알파돔시티도 들어서게 돼 있어 주상복합 아파트의 상가 부문 해결이 가장 어려운 문제였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주변 시세에 비해 분양가가 싼 편이어서 아파트 분양은 아무 걱정이 없지만 상가가 안 팔리면 큰 손실이 예상되었다.

▲ 판교 푸르지오월드마크 배치도

임대분양 방식 적용한 틈새 전략

MDM은 어떻게 이런 난제를 해결했을까.

문 회장은 이 땅을 매입하기 전에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복안을 갖고 있었다. 다들 관행대로 해오던 정공법을 생각했지만 그는 법의 틈새를 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아파트를 일반 분양방식이 아닌 임대분양 방식으로 문제를 풀었다. 일반에 분양할 경우 상한제 규제를 받지만 임대는 민간임대주택법에 따라 임대보증금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다. 얼마를 받겠다고 신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성남시는 주택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높게 책정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사업주체는 임대분양가를 주변 아파트값의 70%선으로 정했다. 계산상 평당 2000만원으로 나왔다.

일반 분양방식보다 오히려 평당 300만원을 더 받는 결과가 나왔다. 얼마나 기발한 생각인가. 이 정도의 가격이면 분양에도 큰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혹시 상가부문에서 생길 미분양 사태에도 버틸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된다.

실제로 아파트 분양은 경쟁률이 치열할 정도로 대 성공을 이뤘다. 계약도 거의 100% 이뤄졌다. 겉으로는 임대주택이지만 사실상 일반 분양형태나 다를 바 없다. 임대기간은 5년이지만 수요자와 매매예약을 통해 임대후 2년6개월이 지나면 분양전환토록 했다. 분양 전환시의 가격은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남들이 골치아파 했던 상가는 어떻게 처리했나.

원래 주상복합은 상가를 30% 이상 짓도록 돼 있다. 상가 경기가 좋을 때는 상가를 더 넣으려고 야단이었지만 지금같은 불경기에는 되도록 상가를 줄일려고 애쓴다.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도 MDM은 건물 연면적에서 상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올렸다. 과감한 베팅이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부문에서 생각지도 못한 자금을 만들 수 있어 그런 베팅을 한 것은 아니다.

MDM의 문 회장은 오히려 아파트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래서 남들이 기피했던 상가를 더 늘리기 위해 지하1층도 상가로 계획했다. 상가면적이 연면적의 30%선이 아니라 50%까지 높아졌다.

상가 분양가는 평당 평균 5000만원으로 아파트보다 2.5배 비싸다. 공사비는 훨씬 적게 들이면서 분양가는 높게 받을 수 있으니 로또복권이나 진배없다. 분양만 자신있다면 상가를 많이 짓는 게 훨씬 돈을 많이 번다.

▲ 판교 푸르지오월드마크 지하1층 아트리움 설계로 지하공간 개발


문제는 분양성이다. 바로 앞에 초 매머드급 복합상가 알파돔시티가 들어서게 돼 있어 주변의 웬만한 상가는 다 죽을 것이라는 게 주변의 시각이었다.

무슨 배짱으로 상가면적을 배로 늘렸을까. MDM 문 회장의 말이다.

“배짱으로 밀어붙인 게 아니예요. 아주 과학적으로 분석해 상품을 만들었습니다. 1ㆍ2층을 원래 상가로 하고 지하층은 주차장으로 만들 계획이었습니다.

위치상 지하1층을 채광이 들어오는 선큰가든 형태로 만들면 1층같은 분위기가 연출돼 상가로 만들면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게다가 주변에 상주인구와 유동인구가 엄청난 점을 앞세우면 분양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사업지구 바로 앞에 들어설 대규모 복합상가 알파돔시티와는 유치업종이 달라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높아져 장사가 더 잘 될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 내용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홍보전략으로 활용했습니다. 또 상가라는 게 아파트처럼 초기에 100% 분양되는 것은 아닙니다. 초기에 30%만 분양돼도 대 성공이고 그 여세를 몰아 공사 도중 하나씩 하나씩 팔려나가 완공시점에는 거의 100% 주인이 정해지게 돼 있습니다.”

문 회장의 전략은 생각대로 들어 맞았다.  초기에 50% 분양됐다. 상가 경기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가운데서 대 희트를 쳤다는 것은 그만큼 아이디어와 전략이 뛰어났다는 얘기다.

아파트는 임대분양으로 돌려 큰 수익을 올린데다 상가는 오히려 면적을 더 키워 그야말로 대박을 일궈낸 것이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땅에서 이런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것은 디벨로퍼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이 사업에는 문주현 회장을 비롯해 구명환 대표, 신동훈· 이동준 전무 등 MDM의 도시및 부동산 개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건축설계는 정한건축이 담당했고 대우건설이 공사를 맡았다. 준공은 2013년 7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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