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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 목사가 정신차려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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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준봉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세계적으로 교회는 현재 망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하나님이 이미 떠났고, 미국에서는 떠나고 있고, 한국에서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기독교 전문지의 기자가 “요즘 유행하는 우스개”라며 들려준 얘기다. 영성(靈性)의 전반적인 퇴조, 그에 따른 교인 감소라는 지구촌적인 현상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교인 숫자(2005년 기준 861만 명)나 응집력에 관한 한 여전히 막강한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교회 위기론이 섣부른 진단인지, 뼈아픈 지적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1960~80년대 한국 교회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떠올리면 위기론은 그만큼 난데없다. 또 같은 이유로 위기론이 부른 파장도 큰 것 같다.

 위기론은 단순히 말로만 전파되지 않는다. 책으로도 실어 날라진다. 진보 성향의 신학자 김진호씨가 최근 출간한 『시민 K, 교회를 나가다』(현암사)도 그런 책 중 하나다.

 ‘K’는 ‘코리아(Korea)’의 이니셜 혹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씨(姓氏) 중 하나인 ‘킴(Kim·김)’의 이니셜일 게다. 익명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주체를 제목에 내세운 책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한국 개신교의 성공과 실패, 그 욕망의 사회학’. 부제(副題)에서 책의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 김씨는 한국 교회 압축성장의 양상과 배경, 위기론을 부른 요즘 교회의 실태, 해결책 등을 3부로 나눠 소개한다. 그가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건 한국 교회의 지나친 성장 제일주의다.

 그중 2부, 요즘 실태의 내용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어디선가 들었던 얘기 같은데 모아 놓으니 문제점이 있다. 우선 요즘 목사는 설교를 차분히 준비할 시간이 없다. 예배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 데다 개척교회의 경우 교인 전도에 상당한 정력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목사를 대신해 석·박사 과정 신학생들이 설교 원고를 써주는 경우도 있단다. 그나마 성경의 자구 해석에 치우친 설교 내용은 신도들을 감동시키기 어렵다. 그러니 신자의 마음은 멀어진다.

 가장 먼저 매를 맞아야 할 곳은 역시 대형교회라고 생각한다. 덩치가 큰 만큼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도 오히려 세습 등의 문제를 일으키곤 했다. 과거 대형교회에서 일했던 목사 C씨는 “최근 대형교회들은 새 신자를 늘리기보다 작은 교회의 신자를 받아들여 규모를 키우곤 했다”고 말했다. 신자들이 큰 교회로 옮기겠다는 데야 어쩔 수 없지만 풀뿌리 교회가 위축되면 그 다음은 대형교회 차례라는 얘기다.

 서울의 한 대형교회를 다니는 40대 초반의 평신도 P씨. 그에게 교회는 고향 같은 곳이다. 90년대 중반부터 다녔고, 아내도 교회에서 만났다. 그런 그지만 “갈수록 신앙이 조직적으로 관리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슬슬 들리는 교회 세습설도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결국 칼자루를 쥔 건 목사 쪽이다. P씨 같은 이가 교회를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민 K…』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