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언 가슴 녹일 아버지의 헌신적 사랑

중앙일보

입력

또다시 찬바람이 부는 계절, 한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이 시청자의 마음을 얼마나 훈훈하게 데워줄까. MBC는 조창인씨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4부작으로 극화한〈가시고시〉(1.2부 8일 9시55분, 3.4부 9일 밤 9시45분) 를 창사특집극으로 방송한다.

알려진 대로 '가시고기' 의 주인공은 2년째 백혈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 다움 (유승호) 과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 호연 (정보석) 의 이야기. 시사회에서 공개한 1부는 사건이 중반 이후에 몰려있는 탓인지 다소 지루한 듯했지만 배우들의 깔끔한 연기는 돋보였다.

CF모델 출신인 아역배우 유승호군은 연기가 처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다움의 천진한 모습을 소화해낸다.

정보석씨는 비슷한 또래인 자신의 두 아들과 승호를 함께 놀게 하면서 진짜 부자 못지않은 친밀감을 쌓는데 공을 들였다는 후문.

본래 여윈 인상의 정씨 역시 고아원에서 자라 도움받을 곳 하나 없는 가난한 전업 시인 호연의 역할에 적역이다 싶게 몰입한다.

병원 원무과의 치료비 독촉에 내몰리면서도 아들 앞에서는 명랑한 모습만 보이던 호연이 화장실에서 혼자 소리 죽여 우는 장면은 그의 감정이입 정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씨는 배역에 대한 욕심이 상당했던 듯 "좀 더 (감정을) 절제했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고 전했다.

'내 목숨과 바꿔서라도 아들을 살리고 싶다' 는 바람을 글자 그대로 실행에 옮기는 호연의 사랑은 지고지순하지만, 왜 그런 부성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모성의 부재가 필연적인 배경이 돼야할까. 이른바 '자아실현' 을 위해 아들 다움과 남편 호연을 떠나 파리로 미술유학을 갔다가 재혼한 영주 (박지영)가 엄마와 만나고 싶다는 병든 아들의 바람을 외면, 이기적이다 못해 몰인정한 성품으로 비치는 것은 보는 이와 만든 이 모두가 섭섭해하는 대목이다.

연출자 최이섭PD는 "영주의 내면을 후반부로 가면서 좀 더 정교하게 묘사해보려고 했는데 드라마 길이상 충분치 않다" 고 말했다.

드라마는 다움의 나이를 두 살 낮추는 등 원작의 설정을 몇 대목 바꿨다. 특히 결론부분에 호연이 혼자 죽음을 맞도록 한 것은 다움의 독백이 곳곳에 삽입된 원작과 달리 드라마의 촛점을 호연의 삶에 맞추려는 의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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