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Shot] 암소들이 만보계를 찬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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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소들이 전자발찌를 찼다. 통신기능이 내장된 만보계다. 한 시간에 한 번씩 걸음 수를 재서 서버에 전송하면 소의 상태를 분석해 농장주 휴대전화로 알려준다. IT와 통신기술이 접목한 한국후지쯔(주)의 ‘우보(牛步)시스템’이다.

 소가 발정 징후를 보이면 평소보다 걸음 수가 증가한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소의 발정주기는 21일, 가임기간은 단 16시간에 불과하다. 이때를 놓치면 다시 21일을 기다려야 한다. 농가 입장에선 비임신기간 동안만큼 사료값이 더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발정시기에 수정(受精)을 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육안으로 발정 징후가 있는 소를 찾아내는 비율은 평균 58%에 불과하다. 주로 오후 10시부터 오전 8시 사이에 발정이 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우보시스템을 설치한 경기도 포천시 한창목장 농장주 김희철(37)씨는 “만보계 설치 후 발정 소 발견율이 거의 100%에 가깝다”고 자랑한다.

 암소는 임신기간 10개월과 출산 후 안정기간 1개월이 지나면 임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암소의 평균 번식주기를 14개월로 잡지만 12개월로 단축하면 농장주는 2개월분의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암소 120마리를 포함해 모두 2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한창목장은 우보시스템을 통해 연간 3000여만원 이상 추가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우보시스템을 이용하면 암수 선택 임신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이 설치된 일본 1050개 목장 통계에 따르면 가임기간 전반기 8시간에 수정시키면 암컷, 후반기 8시간에 수정시키면 수컷 송아지가 나올 확률이 70%라고 한다. 우유 생산 가능한 암소를 선호하는 낙농가와 육질 좋은 수소를 선호하는 한우농가에서 참고할 만하다. 한국후지쯔의 최석찬 상무는 “IT기술을 이용한 체계적 관리를 통해 낙농가에 닥친 한·미 FTA 파고를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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