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댄스 선보이는 조양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순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특히 신기술에 대해 어렵고 거리감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실 알고 보면 지극히 일상적인 것들인데도 말이에요."

현대무용가 조양숙 서경대 교수의 디지털 댄스에 대한 관심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조씨는 7일 오후 6시, 8일 오후 5시30분 강남 포스코 센터 지하 1층 분수대 로비에서 공연하는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디지털 댄스는 난해한 무용의 한 분야가 아니라, 안무가의 의도를 적절히 전달하기 위한 도구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디지털 댄스란 다른 말로 컴퓨터 댄스다. 다시 말해 컴퓨터를 사용한 미디 음악이나 백남준 같은 미술가들의 비디오 아트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무용을 말한다.

조씨는 우리가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건 이미 생활 속에 젖어든 수많은 테크놀러지, 특히 센서 기술을 사용해 현대인들의 삶을 표현한다.

그는 이번 작품 속에서 현대인의 모습을 육상선수로 그려내고 있다.

"현대인들은 누구나 끝없는 생존경쟁 속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영원한 승리자이거나 패배자가 될 수 없죠. 현실의 무게 속에 탈출을 꿈꾸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공연 장소로 다소 생소한 포스코 센터를 택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현대인들의 치열한 삶의 전쟁터로 가장 적절한 곳이 바로 강남의 최첨단 빌딩이라는 것이다.

'서바이벌 게임'에는 조양숙씨와 댄스 컴퍼니 조박 대표 조성주씨가 출연하는데, 이들은 몸에 자세 감지용 센서를 부착하고, 바닥에는 DDR을 이용한 접촉센서를 설치한다.

이외에도 초음파·적외선 센서가 설치되는데, 이러한 첨단 장치들은 무용수들과 함께 소리와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음악은 추계여대 작곡과 교수이자 한국전자음악협회 부회장인 안두진씨가, 무대와 영상은 뮤지컬 '렌트' '시카고'의 무대미술을 담당한 김준섭씨가 맡았다.

새로운 예술의 해 무용부문 공모 선정작이기도 한 이 작품의 공연료는 무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