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크기 상관 없이 전셋값은 비슷…왜 이런 일이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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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기자]

“전세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20평대 있어요? 30평 정도도 괜찮고….”

“여기는 20평대 매물은 귀하구요, 언제 이사오시게요.”

“이사는 빠를수록 좋은데….”

“오늘이라도 당장 들어오실 수 있는 물건도 꽤 있어요. 근데 좀 큰 거는 어떠세요. 전셋값은 별 차이 없는데.”

“그래요? 얼마나 차이나요?”

“40평도 있고 60평도 있고 싼 전셋집 많아요. 전셋값은 30평하고 같으니 같은 값이면 넓은데 사시는 것도 괜찮죠, 뭐.”

“30평하고 60평 전셋값이 같다구요?”

아파트 111㎡형(이하 공급면적)과 197㎡형 전셋값이 같은 곳이 있다. 인천 영종지구다. 찾는 사람이 많은 111㎡형 이하 중소형은 전세물건이 없어 시세 가늠도 잘 안 된다. 반면 130㎡형 이상 중대형은 전세물건이 남아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점은 130㎡ 이상 아파트 전셋값이 같다는 것. 집주인으로서는 속상할 노릇이다.

2009년 말 입주를 시작한 1022가구 대단지인 A아파트를 살펴보자. 해당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중개업소에 130㎡형 전셋값을 물었다. 중간층에 남향 전셋값이 1억3000만원이다.

그런데 사장이 되묻는다. 151㎡형 조망 좋은 물건이 있는데 어떠냐고. 1억2000만원이면 입주된단다. 크기는 같은데 전셋값은 같다. 대출이 많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분양가의 40% 받았단다.

전셋값 같아도 관리비 부담에 중소형 선호

혹시나 하는 마음에 197㎡형 전셋값을 물었다. 주인과 협의하면 1억3000만원에 입주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단다. 130㎡형 전셋값도, 151㎡형 전셋값도, 197㎡형 전셋값도 모두 같다.

전세수요자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같은 값으로 넓은 집에 살아볼 법도 하다. 그런데 아니란다. 관리비 부담 때문이다. 전셋값이 같아도 되레 작은 집을 찾는다는 것이다.

O공인 관계자의 말이다.

“겨울철의 경우 관리비가 3.3㎡당 9000원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되는데 130㎡형하고 197㎡형하고 한달 관리비만 18만원 정도 차이나잖아요. 세입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럽죠. 식구는 적은데 넓기만 하면 청소하기 힘들고….”

이쯤에서 문득 집주인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아파트 130㎡형 분양가는 3억5000만원선, 197㎡형은 5억3000만원이다. 1억8000만원 비싸게 분양받았지만 전세 값어치는 같은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다. 7월부터 영종하늘도시에 7500여 가구 입주물량이 줄줄이 쏟아진다. 영종지구에서 귀한 66㎡대 물량이 대규모로 쏟아진다. 중대형이 더 찬밥이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자칫 크기가 클수록 전셋값이 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영종지구 내 한 아파트 입주민의 말이다.

"7월이 다가올 수록 입이 바짝바짝 말라요. 7500가구가 쏟아지면 기존 아파트는 또 어떻게 합니까. 제발 계획했던 개발계획 좀 추진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전세건 거래건 이뤄질 거 아닙니까.

팔아버리고 싶어도 산다는 사람도 없고 다른 데는 전셋값이 급등하네 어쩌네 하는데 여긴 전셋값이 X값이고….

정부에서 관심 좀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원래 만든다고 했던 것들 만들라는 거죠."

▲ 인천 영종지구는 아파트 크기에 따른 전셋값 차이가 거의 없다. 7월부터 영종하늘도시에 7500여 가구 입주가 본격화하면 크기가 작을 수록 전셋값이 비싸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 11월 입주예정인 영종힐스테이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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