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동북아에 나토처럼 강력한 지역안보 틀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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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 “3국 유수 대학 공동교수 풀 만들자”

문화·교육 분과에서는 초·중등 단계부터 서구 지향형 커리큘럼을 탈피해 3국 공통의 문화 지식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자는 제안이 나왔다. 대학에선 서울대가 최근 금기를 깨고 일본학부를 도입한 것처럼 한·중·일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는 학과를 전략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나라별로 7~1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아시아 캠퍼스’ 구축도 한 대안이다. 마쓰모토 히로시 교토대 총장은 “3개국 유수 대학에서 돌아가며 강의를 할 수 있는 공동교수 풀을 만들고 희귀 자료도 열람할 수 있는 인증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입시·왕따 등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동아시아 근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이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대학교류 프로그램 ‘에라스무스’를 벤치마킹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사회를 맡은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아이비리그 대학처럼 3국 공통의 문화유산을 다룬 강의를 인터넷에 무료로 공개하는 방향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문화 교류를 위해선 만남의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리샹양 “역내 양자무역, 한·중·일 통화 사용을”

금융·무역 분과 회의에서는 역내 금융 협력 방안,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구체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3국 대표들은 먼저 잠재적 금융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제기했다. 무토 도시로 일본 다이와 총연 이사장은 “아시아 밖에서 발생한 위기에 대해 아시아의 대응력을 높이려면 지역통화 금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내 금융시장 육성을 위해선 일본 엔, 중국 인민폐(人民幣), 한국 원화 이용을 촉진해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3국 중앙은행이 외환보유액을 풀(pool)로 사용 하자”고 제안했다. 리샹양 중국 사회과학원 아태연구소장은 “3국이 외환보유액에서 미 달러 비중을 줄이고, 양자 무역에서 달러 대신 3국 통화를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윤우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3국 FTA는 글로벌 부품 공급 체인의 효율적 재배치 차원에서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자 “재생에너지 기술 3국이 공유해야”

환경·에너지 분과는 에너지 효율 극대화와 이를 위한 기술 이전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선진국에선 인구 감소와 함께 기술 개발로 점차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신흥 경제국의 급부상과 개도국의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소비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서 분과위는 기존의 화석 에너지에서 자연·재생 에너지로의 이전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과도기적으로 원자력 발전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회를 맡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중요한 것은 재생 에너지 비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각국이 공유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가동에 들어간 한·중·일 협력사무국을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고미야마 히로시 미쓰비시 종합연구소 이사장은 “사무국 내에 이 분야 협력분과를 만들어 논의하고, 젊은 세대가 교류하는 프로그램에도 이 주제를 적극적으로 던져주자”고 말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기술 이전에 관한 토론을 구체화해 올 5월 3국 정상회의에 건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박소영·장세정·이원진 기자(정치·국제부문), 김성룡 기자(영상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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