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중국 … 일본 대기업, 얼마면 되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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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중국 최대 규모 수출입박람회 중국 최대 수출입박람회인 중국수출입상품교역회(이하 ‘캔톤페어’)가 중국 광저우에서 15일 막을 올렸다. 전시면적이 116만㎡로 세계 최대 규모인 캔톤페어는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2만5000여 업체가 참가했다. 관람객이 한 인테리어업체 부스 앞을 지나고 있다. [광저우 신화통신=연합뉴스]

‘원자재→빌딩 등 자산→첨단 기술·브랜드’. 중국계인 징장(경제학) 미국 미시간대 교수가 최근 보고서에서 정리한 중국 자본의 해외 진출 흐름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중국 기업과 국부펀드 등이 유전·광산을 주로 사들였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뒤엔 값이 떨어진 미국 부동산 등을 주로 매입했다. 그런데 요즘엔 달라졌다.

 “요즘 중국 자본이 하이테크와 브랜드 파워에 본격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국 자본이 요즘 공들이는 타깃은 일본 대기업이다. “일본 기업이 (중국이 부족한)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중국 사모펀드인 호니캐피털(弘毅投<8D44>)은 “최근 일본 메모리 반도체 메이커인 엘피다 인수전에 뛰어든다”고 선언했다.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이동전화용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엘피다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올 2월 일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호니캐피털의 자산은 1967억 위안(약 35조4060억원)에 달한다. 레노버 모바일(이동전화 제작업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니캐피털은 미국 거대 사모펀드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손잡고 엘피다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비즈니스위크는 “20억 달러(약 2조2800억원) 선에서 인수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海爾)은 지난달 일본 파나소닉이 보유한 산요가전의 지분을 인수했다. 1억3000만 달러를 투입한 인수합병(M&A)이었다. 또 레노버는 정보기술(IT) 업체인 NEC와 손잡고 PC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레노버 지분이 51%에 달한다. NEC가 합작회사에 제공할 PC 제작 기술과 노하우를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

 중국 전선업체인 푸퉁(富通)그룹은 지난해 9월 SWC쇼와그룹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투입한 돈이 7800만 달러인 이번 인수전에서 푸퉁그룹은 일본의 광섬유 업체 지분을 확보했다. 첨단 광섬유 기술에 대한 접근 통로를 확보한 셈이다.

 최근 중국의 일본 기업 사냥은 자본 흐름의 역전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WSJ은 “일본이 중국에 투자하는 게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흐름이었는데 요즘 중국 자본이 일본으로 유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기업 가운데는 중국 자본을 환영하는 곳도 있다. 중국 자본의 일본 투자를 중개하는 노무라 다카시 변호사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인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중국 자본과 손잡는 게 이롭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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