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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 준비 완료 선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임박하면서 미국이 연일 북한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제재를 위한 사전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의 압박은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을 통한 분위기 조성이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고립만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도발 행위는 유엔 안보리 결의 등 국제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가 소집돼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리는 의장국이나 이사국의 요구가 있으면 소집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4월 안보리의 순번제 의장국은 미국이다. 그만큼 발 빠른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안보리 소집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당일 이뤄질 전망이다. 백악관의 제이 카니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그랬듯 북한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는 동시에, 북한을 상대로 국제의무를 준수하고 국제사회에 편입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미국의 또 하나의 지렛대는 중국이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6자회담 참가국들이 북한에 대해 같은 태도를 취할 수 있도록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며 “특히 중국이 더 효과적으로 행동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북한이 이미 로켓 발사 수순에 돌입한 만큼 발사 중단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미국은 발사 이후 제재를 염두에 두고 일종의 사전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 등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로켓 발사 준비 완료를 선언했다. 현지에서 취재 중인 AP통신은 “북한의 로켓 담당자들이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 모든 조립과 발사 준비가 완료됐으며, 발사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다만 연료 주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리언 패네타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전화로 회담을 하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중대한 도발”임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양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7시(한국시간)부터 약 30분 동안 전화통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분명한 도발이고 엄중히 대응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북한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한반도 방위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의 전화 통화는 지난해 7월 패네타 장관 취임 이후 네 번째다.

 국방부는 북한의 이번 로켓은 장거리(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개발을 위한 실험이라는 이유에서 ‘로켓’ 대신 ‘미사일’이란 용어를 사용키로 했다. 그는 또 “두 장관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의무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봤다”며 “한·미 공조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할 장거리 로켓이 정상궤도를 이탈하지 않을 경우 요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한반도에 집결한 미국의 이지스함에 실려 있는 함대지 미사일로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요격이 가능하지만 북한이 쏘아 올릴 인공위성을 공개한 이상 발사 직후 요격의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요격할 수 있으나 명분상으론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자칫 로켓이 궤도를 이탈해 한반도나 일본 영토에 낙하할 경우에는 함대공·지대공 미사일 등을 동원해 요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미·일 3국 해군의 최첨단 이지스함 10여 척은 한반도 근해에 머물며 이미 북한 로켓의 궤도 추적 준비를 마친 상태다. 2009년 북한이 로켓을 발사했을 때 가장 먼저 탐지한 세종대왕함은 서해상에서, 지난해 실전 배치된 율곡 이이함은 남해상에서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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