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구하는 닭들의 반란 〈치킨 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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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의 닭들이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자존심을 세웠다. 94년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지펜, 디즈니 애니메이션 제작의 대부 제프리 카젠버그가 공동으로 창업한 드림웍스는 〈아메리칸 뷰티〉 〈클래디에이터〉 등으로 영화에서는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렇지 못했다.

애니메이션은 98년〈개미〉와 〈이집트 왕자〉에 이어 2000년 〈엘도라도〉까지 다양한 작품을 내놓았지만 번번이 디즈니에 밀리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라 보인다. 아드만 스튜디오와 손잡은 드림웍스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곤충도 사람도 아닌 닭이다. 그리고 3D도 2D도 아닌 점토 애니메이션이다.
교도소 탈출 혹은 노동자들의 노사분규를 연상시키는 스토리의 〈치킨 런〉은 나름대로의 무게를 갖고 가볍고 유쾌하게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암탉들이 봉기했다. '닭대가리들이 모의를 할 리가 없다'고 '괜히 닭대가리라는 말이 생겼겠냐'고 관리인에게 핀잔을 주던 여주인을 비웃 듯 그들은 그들만의 닭토피아의 꿈을 향해 끊임없는 탈출을 시도한다.

깔끔한 외모의 의기양양한 암탉 '진저'. 그녀는 알을 낳는 모든 암탉들을 감옥 같은 닭장에서 구출하기로 결심하고 매일밤 단체 탈출을 시도하지만, 항상 관리인에게 잡히는 신세다.

암탉들은 밤마다 탈출계획을 세우다보니 달걀 낳은 수가 줄어들고, 급기야 여주인 트위티는 알을 낳는 실적이 미달인 닭을 잡아먹기 시작한다. 그리고 큰돈을 원하는 트위티는 새 기계를 가져와 대량의 '치킨파이'를 만들어 팔 생각을 한다.

이때 다급해진 치킨들에게 구세주가 나타난다. 하늘을 나는 수탉 '록키'가 닭장 안으로 날아온 것이다. 고독한 방랑자임을 자청하는 록키는 암탉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지만 뭔가 이상하다.
'하극상이라...' 언뜻 줄거리를 살펴본다면〈치킨 런〉은 드림웍스의 첫작품 〈개미〉와 닮은 점이 많다.

〈개미〉처럼 이 작품도 진저의 의견을 전달하고 이해시키기가 쉽지는 않다. 진저의 말대로 정말 닭장 밖에 좋은 세상이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고, 주인이 말한대로 열심히 알만 낳는다면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는 것인데,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것을 향해서 목숨을 걸 필요가 있는지.

이 작품에서 가장 신경을 쓴 인물은 미국 수탉 '록키'. 이미 이 역할에 멜 깁슨을 정해놓고 그의 목소리와 표정을 미리 록키에게 넣었다. 그는 자신과 아이들이 모두 아드만 애니메이션의 팬이라며 이 제의를 선뜻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치킨 런〉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껄렁껄렁하고 매력적인 록키가 아니라 의지가 강한 예쁜이 암탉 '진저'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벗어나려는 멋진 이 암탉은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강한 신념이 묻어난다. 진저의 역할은 영국배우 줄리아 사왈라가 맡았다.

〈치킨 런〉은 보는 대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초인기작 〈월리스&그로밋〉에 닭벼슬만 올려놓은 듯한 친근한 얼굴을 지닌 영국 닭들에 드림웍스를 반영하듯 미국 수탉 '록키'를 등장시켰다.

이 작품은 〈월리스&그로밋〉에서 보여주었던 것 이상을 보여준다. 박진감 넘치는 장면뿐만아니라 80마리의 닭들이 떼지어 나올 때 각자 움직이는 몸놀림은 참으로 놀랍다.

이 작품은 정지되어 보이는 컷을 없애기 위해 영화의 24프레임을 모두 사용했다. 사실감을 살리고 불필요한 실수를 없애기 위해 모든 세트는 3D를 활용해 컴퓨터로 앵글을 잡고 작업을 시작했다. 굵은 몸에 붙어있는 조그만 다리로 닭을 세우기위해 매우 복잡한 골격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원근감을 살리기 위해서 큰 A형 300개와 작은 B형 130개의 닭들이 만들어졌다.

이번 겨울은 예년에 비해 애니메이션 개봉이 많다. 내달 2일 〈인랑〉개봉을 시작으로, 16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포켓 몬스터〉.

형식은 헐리우드식 애니메이션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있지만 여전히 스토리는 헐리우드적인 〈치킨 런〉은 지난 6월 미국에서만 1억 1천달러의 수익을 거두었다.
12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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