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GE 새 사령탑에 제프리 이멜트

중앙일보

입력

40대 젊은 'GE 맨' 이 세계 최대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을 이끌 새 사령탑으로 결정됐다.

GE는 27일(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입사 18년차인 제프리 이멜트(44)GE 메디컬 시스템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잭 웰치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 4년에 걸친 후계자 선출작업〓웰치 회장이 후계자 물색에 나선 것은 1996년이었다.

몇달 전 심장수술을 받고 후계자 선정의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후임자를 찾으려 하니 적극 협조하라. 회사 사정에 정통하고, 리더십이 강하며, 무엇보다 회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질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물색하라" 고 지시했다.

이사회는 즉시 5인의 이사로 구성된 GE경영개발위원회에 적합한 재목을 찾으라는 특명을 내렸다.

위원회는 이때부터 2~3일 단위로 전 미국과 해외 지사를 돌며 미래의 잭 웰치 발굴에 나섰다.

수십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고르고 고른 끝에 올 6월 이멜트와 제임스 맥너니(51)항공엔진 사장, 로버트 나르델리(52)파워시스템스 사장 등 3명이 '본선' 에 올랐다. 웰치와 이사회는 다시 이들의 경영능력을 면밀히 비교.분석한 끝에 마침내 이멜트를 낙점했다.

웰치는 후계자 내정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이멜트는 리더십이 강하며 지난 수년간 회사 경영에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 명석한 지적 전략가며 인간관계도 원만하다" 고 밝혔다.

세계 최고기업의 총수를 찾기 위한 4년간의 각고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 이멜트와 웰치〓이멜트는 27일 바로 GE 사장에 임명됐다. 그는 웰치가 정식 은퇴하는 내년 말 GE의 제9대 회장으로 공식취임한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출신인 그는 다트머스대 응용수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학위를 받았다. 대학시절엔 풋볼 선수로도 활약했다.

그는 후계자 후보 3명 중 가장 나이가 적다. 웰치가 81년 GE의 최고경영자가 됐을 때보다 오히려 한 살이 적다.

그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82년 GE플라스틱에 입사한 후 한번도 회사를 떠나지 않았다. 부친인 조셉 이멜트도 GE항공엔지니어링 부문에서 38년간 근무했다. 영원한 GE 맨인 것이다.

GE플라스틱에 입사한 이후 1년 정도 마케팅부서에 근무하다 곧바로 미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팀장으로 발탁됐고 89년 고객서비스 부문.해외마케팅 부문 부사장에 올랐다.

96년 GE 메디컬시스템스 사장을 맡아 13억달러의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연간 매출을 이전의 두배인 60억달러로 끌어올렸다.

강력한 리더십은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모에서 풍겨나는 단단함과 매서움이 행동에서 그대로 나타난다는 게 그를 아는 친구들의 평가다.

크레딧 스위세 퍼스트 보스턴의 분석가인 마이클 리건은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웰치의 카리스마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인물" 이라고 말했다.

웰치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경영인이다.

81년 회장 취임 당시 시가총액 1백30억달러에 머물던 기업을 20년에 걸쳐 금융.가전.방송.발전시스템.비행기엔진 등 12개 자회사를 거느린 시가총액 5천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키워냈다.

◇ 이멜트의 향후 과제〓이멜트의 1차 시험대는 웰치가 주도했던 4백60억달러 규모의 하니웰 인수작업을 어떻게 마무리 하느냐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반독점 관계당국이 심한 견제를 하고 있어 이를 매끄럽게 해결할 지 여부가 지금부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외적 여건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웰치가 GE를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데는 탁월한 경영능력 외에도 지난 수년간 증시의 호황과 미국의 사상 최장기 경기확장 덕을 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경기하강 국면이다. 그만큼 회사를 경영하기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멜트는 기자회견에서 "아직 웰치 회장에게 배울 것이 많으며 경영진 교체는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내 역할을 회사 기풍을 바로잡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가치 있는 창의적 발의가 빛을 보도록 하는 일"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외의 말은 아끼고 있다. 여전히 1선을 지키고 있는 웰치를 의식한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쩌면 자신에게 맡겨진 GE라는 거함을 어떻게 몰고갈지 대장고가 필요한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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