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부시·공화당 인맥'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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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잠정 확정되면서 국내 재계의 부시 후보 및 공화당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빌 클린턴 대통령의 민주당 정권기에 사상 유례없는 장기 호황을 누려왔고 부시 후보의 정치 경력이 보잘 것 없어 한국 기업들이 장기적 안목에서 부시와 공화당에 인맥을 쌓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는 거꾸로 말하면 부시나 공화당에 어떤식으로든 '연'을 만들어 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와 풍산 등이 나름대로 탄탄한 연고를 갖고 있어 부시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대미 수출이나 미국내 영업활동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경우 부시 후보가 주지사로 있던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이 있어 자연스럽게 부시 후보와 '연'을 쌓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부시 후보는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현지 법인장인 이승환 부사장에게 "오스틴 공장이 잘 돼야 텍사스 경제가 잘 된다"고 언급,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스틴 공장에 거는 기대를 솔직히 털어놨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러나 "부시 후보가 삼성에 보인 관심은 과거 삼성전자가 98년 3월 영국 윈야드 공장을 준공했을 때 엘리자베드 여왕이 참석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며 그 이상은 아니다"고 전했다.

부시 후보는 또 오스틴 공장 준공을 계기로 이건희 삼성회장과도 몇차례 만나 개인적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제품 전문업체인 풍산도 고 류찬우 회장 시절부터 미 공화당 계열 인사들과의 친분이 두텁기로 유명하다.

국내 방위산업계의 대부로 알려져 온 류찬우 회장은 특유의 친화적 스타일을 십분 활용, 방산 인맥을 중심으로 미 정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찬우 회장의 사망 이후 아들인 류진 현 회장(한미 경제협의회 부회장)도 아버지의 인맥을 충실히 이어받아 부시 전 대통령 기념관에 헌금을 하거나 공화당 인맥으로 분류되는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의 자서전을 97년 번역, 출간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미 현지 법인 PMX 준공식 당시 바버라 부시 여사가 참석, 직접 테이프커팅을 해 눈길을 모았다"며 "과거 류찬우 회장이 쌓아온 인맥이 지금도 풍산의 공화당 인맥의 주류를 이루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미 재계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효성 조석래 회장 등도 미 정계 인사들과 깊은 친분 관계를 맺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서울=연합뉴스) 업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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