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시마 코스케 원작〈체포하겠어〉

중앙일보

입력

작가 '후지시마 코우스케'라고 말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 나의 여신님〉일 것이다. 지난 8년간 수많은 남성 독자들의 여신이 되어온 베르단디와 그녀에게는 아까운 케이이치의 러브스토리인 이 〈오! 나의 여신님〉은 올해 극장 판이 개봉되면서 그 인기가 더욱 높아진 '후지시마 코우스케'의 대표작이다.

또 유명한 것은 애니메이션이 아닌 게임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일 것이다. 닌텐도사의 90년대 주력 게임기인 슈퍼 패미콤의 말기에 발매된 판타지 롤프레잉 게임인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는 후지시마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 제작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게임은 인기가 너무 좋아서 플레이 스테이션판으로도 이식되어 다시 한번 크게 히트 쳤다.
그리고 또 유명한 작품이라면 〈체포하겠어〉이다.

만화책으로는 7권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먼저 4화구성인 OVA(Original Video Animation) 판으로 제작되었다.
원작의 분위기를 살린 이 OVA는 메카닉광인 미유키와 괴력의 소유자인 나츠미의 만남을 다룬 1화, 그리고 태풍 속에서 오토바이 순찰대인 나카지마와 스피드광의 대결을 다룬 2화, 그리고 나카지마와 미유키의 엇갈리는 사랑을 다룬 3화, 마지막으로 보쿠토우서 전체를 휘말리게 한 화제 사건을 다룬 4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OVA판은 뒤에 이어질 TV판의 초기설정을 모두 이루고 있다. 등장 인물이나 보쿠토우서(墨東署)안의 구성, 그리고 보쿠토우구(墨東區)의 기본 구성 등을 다져 놓았다. (TV판 제작자들은 편했을 것 같다) 그리고 TV판에 비하여 좋은 기술을 쓸 수 있는 OVA판이라는 점을 이용, 주인공들의 개성을 잘 들어낸 것도 특징이라할 수 있겠다. 그 개성 있는 등장 인물 만들기에는 그 캐릭터에 맞는 성우를 기용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스토리 면을 보자면 만화책을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등장 인물들의 개성을 알기 쉽도록 여기 저기 무언의 설명을 해주고 있다. 각 화 속의 스토리는 2개 이상의 사건을 얽히고 설켜있어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또 제작진들이 재미를 붙인 듯 뒤로 가면 갈수록 긴박하고 흥미진진해진다.

OVA판이 4화에서 끝나버려, '어? 이걸로 끝이야? 아쉬운걸....'이라고 말하는 시청자들을 위하여 TBS에서 〈체포하겠어 TV판〉을 제작했다. TV판은 OVA판의 배경을 기본으로 그 위에 새로운 등장 인물과 사건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그런지 낯설지 않고 이전 OVA판의 팬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TV판은 OVA판에 비해 그래픽 면과 스토리 면에서 떨어진다고 본다. 좋은 기술을 쓸 수 있었던 OVA판에 비해서 그래픽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스토리의 재미가 없어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늘어난 등장 인물 수만큼 재미가 늘어나야 할텐데 오히려 늘어난 수의 등장 인물들이 스토리의 진행을 막고 있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가 약간 대상연령을 낮춘 듯한 느낌도 든다.

〈체포하겠어〉의 가장 최근작은 극장 판용인 〈체포하겠어 In The Movie〉이다. 극장 판답게 깨끗한 그래픽,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한 극장 판용 프렛임, 그리고 지금까지의 이야기보다 훨씬 더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 볼만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토리는 다른 부서로 연수를 갔었던 나츠미와 미유키가 1년만에 보쿠토우서로 돌아오고 나츠미의 애인인 토우카이린 순사 부장도 히말라야에서 돌아오게 되는데, 그때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행방 불명이 된 교통과 과장의 옛친구. 그의 목표는 동경 점령이었는데, 그 작전서를 우연히 입수한 보쿠토우서는 습격을 당하고, 도시 교통은 마비되고, 통신은 두절되고, 다리는 폭파당한다. 그 사건을 주인공들이 우여곡절 끝에 해결한다는 것이 저네 스토리이다.

하지만 이 커다란 스케일이 전체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가위질을 한 듯이 스토리가 끊어진 것처럼 느껴지고, 무엇보다 재미있는 요소가 적다. 이 작품도 TV판처럼 다수의 등장 인물이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는 듯하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없어진 듯이, 주인공들만의 잔치로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도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 주인공들의 비현실적인 행동은 판타지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보일 때가 있어 약간 실망스럽다.

이 세 가지의 〈체포하겠어〉는 모두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스토리만으로 본 필자의 개인적인 평가를 내리자면 OVA판이 가장 재미있고 TV판이 가장 재미가 없다.

'후지시마 코우스케'의 작품으로 〈오! 나의 여신님〉만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만화만을 본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체포하겠어〉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미와 액션을 함께 추구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을 찾고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명작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