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지식] “돼지값 폭락 안돼~” 도살에 570억원 썼다구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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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푸드 쇼크
로버트 앨브리턴 지음
김원옥 옮김
SEEDPAPER
336쪽, 1만5000원

식량문제를 다룬 책은 대체로 불편하다. 정크 푸드의 위험을 알린 『비만의 제국』, 어린이 굶주림에 초점을 맞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등이 대표적이다. 캐나다 요크대 정치학부 명예교수인 지은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아예 자본주의 자체를 문제 삼는다. 탐욕스런 곡물 메이저나 무관심한 선진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는 농업과 식량을 통제하는 데 실패했다고 단언한다.

 그가 드는 이런 실패의 예를 보자. 전 지구적 식량분배가 근본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한쪽에선 적어도 10억 명 이상이 일상적인 굶주림에 시달리는데 캐나다 정부는 15만 마리의 사육돼지를 도살하기 위해 농가에 5000만 캐나다달러(약 570억원)를 지원했다. 고기 가격 하락을 초래하는 과잉공급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있다. 생산된 식량의 대다수와 그것을 생산하는 도구가 소비자나 생산자의 건강에 나쁘단다. 영양소는 적고 칼로리만 높은 정크 푸드, 증산을 위해 사용되는 화학비료와 제초제 등이 비만이나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것이 그런 예다.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이 식량문제의 악화를 부채질한다. 식량 대신 담배를 재배하거나 자동차연료용 에탄올을 만들기 위한 옥수수 재배에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것이 그런 예다.

 지은이는 ‘시장의 실패’ 때만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논리를 통박한다. ‘시장의 성공’은 무엇을 척도로 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서다. 분배의 정의, 환경 지속가능성, 인류의 건강 그 어느 것으로도 성공을 말하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아프다. 책은 마지막 장에서 지속 가능한 인류의 번영을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산만하고 부분적이다. 효율적인 공공부분 개혁을 위한 세계 정부나 석유 기반 농업에서 유기농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이상주의 냄새가 풍기기도 한다.

 주목해야 할 것도 눈에 띈다. 내부 사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채 몇몇의 결정에 의해 주주 소수의 단기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어울리냐는 질문이 그것이다. 또 환경 피해 등 외부 비용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시장이 민주적이냐며 실질적인 사회비용과 인류 전체의 장기적 행복 측면까지 고려해 시장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생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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