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아트센터는 미친 극장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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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제1회 강동 스프링 댄스 페스티벌의 개막 공연을 장식할 LDP무용단의 ‘노 코멘트’. [사진 강동아트센터]

미친 극장. 공연판에서 서울 강동아트센터를 부르는 말이다. 왜? 올 한해 강동아트센터의 자체 기획 공연이 무려 99개나 되기 때문이다. 대관을 포함한 전체 공연에서 기획 공연이 차지하는 비율은 89%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39%), 세종문화회관 대극장(34%) 등에 비해 자체 기획 비중이 월등하다.

 대관이란 외부 제작사에 공연장을 빌려주는 거다. 일도 별로 없고 부담도 적다. 반면 기획 공연을 하면 극장 스스로 제작·홍보·마케팅·티켓 판매 등을 몽땅 책임진다. 일의 강도가 세지고, 자칫 작품이 엉망으로 나와 흥행이 안되면 모든 비난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대개의 국공립 공연장 자체 기획율은 50%를 넘기 힘들다.

5호선 고덕역 부근 강동아트센터의 전경.

 강동아트센터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둔 것일까. 이창기 극장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답한다. 강동아트센터는 지난해 9월, 지하철 5호선 고덕역 부근 공원 부지에 건립됐다. 쾌적한 여건이지만 서울 외곽에 지어진 신생 극장의 인지도는 떨어졌다. 자연히 대관을 하겠다는 예술단체도 별로 없었다. 설사 신청을 해도 동네 구멍가게 수준의 아마추어 공연단이 대부분이었다.

 이 극장장은 “이럴 바에 차라리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오기가 발동했다”고 한다. 강동구의회를 찾아가 간청했다. 예산 20여억원이 확보되면서 전환점을 맞았다.

 무턱대고 아무 공연이나 올릴 순 없었다. 색깔을 가져야 했다. 대극장 850석, 소극장 250석인 터라 상업 공연을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무용을 중심으로 한, 순수예술 공연장을 표방하기로 했다. 국내·외 정상급 예술가들을 접촉했다. 첫 번째 결과물이 ‘제1회 강동 스프링 댄스 페스티벌’이다. 12일 시작해 24일간 진행된다. 32개 팀 330여 명의 무용수가 무대에 오른다.

 해외 예술단체의 내한 공연도 이어진다. 4월 키예프 모던 발레, 5월 러시안 내셔널 오케스트라, 11월 도이치 방송 교향악단 등이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 등은 연중 기획시리즈다. 반면 티켓값은 대극장 2만∼6만원, 소극장 1만∼3만원으로 ‘착한 가격’이다. 강동아트센터가 ‘미친 극장’을 넘어 ‘개념 극장’을 향해 막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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