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청소년 500명 '광란의 파티'

미주중앙

입력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진 문자메시지와 트위터로 군중이 몰려 통제 불가능한 하우스 파티가 최근 열리고 있다. 사진은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을 다룬 영화 `프로젝트X`의 한 장면.

지난달 31일 토요일 밤 10시30분. LA를 대표하는 부유층 거주지인 홈비 힐스(Holmlby Hills). 고요하던 동네가 순식간에 소음으로 가득해졌다. 차와 택시들이 홈비 애비뉴에 밀려들었다. 10분에 20대꼴로 차들이 멈춰섰다. 도로는 차에서 내린 젊은이들로 발 디딜틈이 없을 정도다. 한 주택에서 열린 '하우스 파티'를 찾은 십대 청소년들이다.

놀란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15분. 벌떼처럼 몰려든 청소년들은 이미 200명을 넘어섰다. 여자 경관 2명이 출동했지만 이들을 감당하기엔 역부족. 이들은 경찰을 피하기는 커녕 아이폰을 켜고 손전등처럼 흔들며 맞았다.

주민은 다시 911에 신고했다. 그사이 무리는 500명 가까이로 불었다. 청소년들은 홈비 애비뉴 일대를 점령했다.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약과다. 2층에서 뛰어내리고 이웃집에 무단 침입해 뒷뜰을 뛰어다녔다. 무장을 한 경찰이 도착하고 1시간이 지나서야 파티는 가까스로 해산됐다.

베벌리 힐스 경찰은 이날 통행금지 위반, 무단 침입, 마리화나 소지 등의 혐의로 미성년자 11명을 포함해 13명을 무더기로 체포했다. 지난 주말동안 웨스트LA 지역에서만 열린 두번째 하우스 파티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한꺼번에 모이게 됐을까.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 동네에 사는 한 청소년이 주말동안 부모와 함께 하와이로 여행을 간다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 한마디의 말은 문자메시지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불특정 다수 십대들에게 급속히 퍼졌다. 정작 집주인인 청소년은 여행을 간 동안 자기 집에 와도 된다고 누군가를 초대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날 소란을 피운 청소년들을 빈 집의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가 술을 마시고 파티를 벌였다.

이날 소동은 지난달 초 개봉된 영화 '프로젝트 X'의 줄거리와 흡사하다. 손가락으로 찍은 문자 몇개가 초래하는 부작용은 이제 영화관이 아닌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홈비 애비뉴 선상 자신의 집에서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고 있던 민디 뉴맨은 “잡스는 그가 개발한 아이폰이 이렇게 쓰이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개탄했다.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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