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부부총 유물관 안에 금동관 … 지금은 모조지만 진품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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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3일 경남 양산시 북정동. 지름 27m, 높이 3m 봉분이 언덕에 우뚝 솟아 있다. 봉분 아래쪽 30m 쯤 떨어진 곳에는 유물전시관 신축을 위한 골조 공사가 한창이다. 이 봉분은 5~6세기 삼국시대에 조성된 양산 부부총(夫婦塚)이다. 가야와 신라의 접경지역에 있는 순장(殉葬)무덤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그러나 부부총은 흙 봉분만 남아있을 뿐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가 부부총을 헤집고 금동관(사진) 등 유물 480여점을 모두 약탈해 가버린 것이다.

 양산시 문화관광과 박일웅(38) 학예사는 “오는 11월 유물전시관을 개관해도 부부총의 진품 유물은 전시관에서 당장 만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물전시관은 국·도비 187억원을 들여 2010년에 지상 4층, 전체면적 5328㎡ 규모로 착공했다.

 양산시는 개관 예정인 유물전시관에 일단 부부총 복제품 50여점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다. 부부총 옆에 세워지는 유물 전시관에 복제 유물이 놓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조선시대 서책(書冊)과 민속품, 양산지역 출토 유물(토기·철제칼 등 100여점) 등 모두 450여점을 전시한다.

 이런 사실을 접한 양산시민들은 유물 환수운동에 나섰다.

 일본 도쿄박물관에 있는 부부총 유물을 돌려받기 위한 시민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현재 1만여명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양산시는 10만명을 목표로 서명을 받고 있다. 13개 읍·면·동에 부부총 유물 환수를 위한 별도의 창구까지 만들었다. 양산시는 우선 5만여명의 서명을 받으면 외교통상부와 문화재청에 공문을 보낸 뒤 두 부처를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족한 유물환수운동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도쿄 현지를 직접 찾는 일정도 세워둔 상태다. 유물환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약탈 유물 강연회와 학술회도 준비하고 있다. 양산시는 부부총의 유물을 모두 찾을 때까지 환수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양산시 관계자는 “정부가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어 자치단체 차원에서 유물 환수운동을 벌이지 않았다. 그러나 전시관을 먼저 지어놓고 일본에 요구하면 유물환수가 수월해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958년 제4차 국교정상회담에서 일본에게 부부총 유물 반환을 요구했다가 실패한 바 있다.

시는 도쿄박물관에서 유물을 가져오면 전시관 복제품을 빼내고 진품을 다시 놓을 방침이다.

김윤호기자

◆양산 북정동 부부총(사적 제93호)=양산 성황산(해발 320m) 기슭에 있는 18기로 이뤄진 고분군 가운데 제10호분이다. 5세기 무렵 삼국시대 양산을 지배한 최상위층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1931년 조선총독부의 명령에 의해 일본 고고학자 오가와 게이기치(小川敬吉)가 발굴했을 때 피장자 부부와 순장자 인골과 더불어 많은 부장품이 확인됐다. 당시 출토된 금동관·목걸이·팔찌·반지·금동 신발·철솥·토기 등 유물은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5세기에 순장 풍습이 유행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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