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공격 당한 200㎏ 수사자 혓바닥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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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수사자 ‘장군’이 마취된 채 동물병원 수술대에 올랐다. 몸무게가 200㎏에 달해 사육사 5명이 힘겹게 옮겨왔다. 10살 난 장군이는 동갑내기 암사자 ‘로즈’와 지난 1월 용인 에버랜드 사파리월드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대전동물원에서 2003년 태어난 장군이는 근친교배 방지 차원에서 지난해 말 여기로 왔다. 신혼살림을 차린 지 한 달 후인 2월 초 장군이는 사파리월드의 터줏대감 수사자 ‘여비’의 기습공격을 받았다. 여비 발톱에 할퀴면서 길이 8㎝가량의 상처 3개가 등에 파였다. 사고가 나자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긴급 봉합수술을 했다. 2일 동물병원 의료진은 치료 경과를 살펴보고 장군이의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종합건강검진을 했다.

 의료진은 복부 초음파, 혈액검사, 위 내시경, 치아검사, X선검사 등을 1시간 이내에 신속히 진행했다. 혀에 붙인 장비는 호흡상태를 점검해 마취 정도를 파악하는 환축(患畜)모니터다. 백수의 왕인 사자임을 보여주려는 듯 장군이는 마취상태임에도 눈꺼풀이 열린 채 간혹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 동물병원을 들썩였다. 검사 후 깨어난 장군이는 동물사에서 휴식한 뒤 암사자 로즈가 있는 사파리로 돌아갔다. 검사를 담당한 김양범 수의사는 “검진결과는 양호하고 등의 상처 부위만 치료하면 된다”며 “맹수 마취치료는 동물건강에 영향을 적게 주어야 하고 만일 검진 중 마취가 깨면 큰 사고가 날 수 있기에 최단시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사파리월드는 내년에 생태형 사파리로 재탄생하기 위해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사자와 호랑이, 코끼리, 곰 등 동물들이 서식하는 야생 자연환경과 흡사한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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