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뚫리면 집값 오른다? ‘빨대’를 주의해야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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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기자]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새로운 교통망이 줄줄이 뚤리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10배 폭등한 강원도 원주. '길이 뚫리는 곳에 돈이 모인다'지만 꼭 좋은 현상만 나타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원주시내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두 곳은 오히려 교통망으로 인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 동안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해 서울에서 원주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렸으나, 앞으로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개발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을 유치한다고 해도 원주시 거주 인원은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혁신도시나 기업도시가 성공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주택이나 상업시설이 들어서야 하지만 서울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실제로 원주로 이주해오는 인구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을 이른바 '빨대효과'(Straw Effect)라고 한다. 현재 원주에 계획된 철도 노선은 모두 3개다. 올해 9월께에는 성남~여주선 복선전철이 개통할 예정이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인천공항~원주~평창을 잇는 KTX개통(2017년), 원주~강릉선 등이 추진되고 있다.

교통 편해져 이사 안 오고 출퇴근

신분당선, 성남~여주선, 원주~강릉선 등이 연계되면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해진다.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제2영동고속도로도 오는 2016년이면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제2영동고속도로는 광주시 초월면~여주군 대신•북내면~강원도 원주시 가현동(56.95㎞)을 연결하는 민간투자사업 고속도로다.

생활편의시설이나 교육환경이 여의치 않은 것도 정주인원을 늘리는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자녀를 둔 직장인들은 이주 결정이 더욱 어려워서다.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소진되고, 전셋값은 오르고 있지만 혁신도시나 기업도시 내 아파트 용지를 사겠다는 건설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해 원주혁신도시에서 첫 아파트 분양(2000여가구)이 예정돼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뿐 민간에서 공급하는 물량은 없다.

원주혁신도시 관계자는 "강원도 내에서는 원주시의 인구가 가장 많다지만 충청도 등 여타 지역에 비해서는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며 "지난 2005년 말 29만명을 넘어선 인구가 지난해 말에야 겨우 32만명을 넘긴 수준이어서 주택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유치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도시와 혁신도시 두 곳 모두 합쳐도 유치 기업 수는 10여곳 뿐이다.

원주기업도시 관계자는 "입주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많지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기업유치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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