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새로운 20년 키워드는 ‘구동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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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서울-베이징 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한·중 수교 20년을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형 주중대사, 이홍구 전 총리,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루수민 인민외교학회 부회장, 쉬둔신 전 중국 외교부 부부장, 장팅옌 전 주한 중국대사. [베이징=유상철 기자]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은 한국과 중국이 새로운 20년을 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단순히 교류 확대를 추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이젠 교류의 질적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데 한·중 지식인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방법에선 다소 차이를 보였다. 지난달 30일 베이징 중국인민외교학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4차 서울-베이징 포럼에서다.

 ‘한·중 수교 20년의 회고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정종욱 동아대 석좌교수는 “한·중의 새로운 20년을 열기 위해선 지난 20년간 양국을 지배해 온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은 찾고 차이점은 방치)적 사고부터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중 사이의 여러 민감한 사안과 관련해 이젠 양국의 입장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며, 또 이를 어떻게 풀지에 대한 솔직한 논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선 “제2의 수교를 한다는 각오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도 “이젠 구동존이가 아니라 공통점을 추구하면서도 차이점을 줄여 나가는 ‘구동축이(求同縮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한·중이 상호 신뢰에 기초해 서로 할 말은 해 주는 ‘쟁우(諍友)’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팅옌(張庭延) 전 주한 중국대사는 양국이 작은 차이점으로 인해 관계 발전이라는 공통의 큰 목표를 잃어서는 안 된다며 아직은 구동존이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사오화(虞少華)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태지역 안보협력연구부 주임도 “양국이 단기적인 갈등 문제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공통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구 전 총리는 “한·중 사이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북한을 더 이상 예외적인 지역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전 외교통상부 장관도 “현재 문제가 되는 건 북한이 실시하려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 협력, 특히 한·중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팅옌 전 대사는 “중국이 북한의 계획을 저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 다.

◆서울-베이징 포럼=서울국제포럼(이사장 이홍구 전 총리)과 중국인민외교학회(명예회장 리자오싱 전 외교부장)가 2년마다 개최하는 국제포럼. 서울과 베이징을 오가며 개최된다. 이번엔 베이징에서 4차 회의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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