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정선민 없이도 … 신한은행 6연속 V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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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선수들이 30일 열린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KB국민은행을 누르고 6년 연속 통합우승을 확정 짓자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내리 3차전을 모두 패한 KB국민은행 선수들은 팬들에게 인사한 뒤 서둘러 코트를 빠져 나갔다. [청주=김민규 기자]
하은주

경기 종료 6초 전. 80-82로 두 점을 뒤진 청주 KB국민은행의 리딩가드 박세미(26·8점)가 속공 찬스에서 회심의 3점슛을 던졌다. 공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자 박세미가 달려들었으나 안산 신한은행의 포워드 김단비(22·19점)가 한발 빨랐다. 김단비가 반대편 코트로 드리블 질주했고, 경기 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렸다. 벤치에 있던 신한은행 선수들이 환희에 찬 얼굴로 뛰어나와 한데 뒤엉켰다.

 여자 프로농구의 ‘지존’ 신한은행이 여섯 시즌 연속 통합 우승의 대기록을 세웠다. 국내 프로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6연패를 이룬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은 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과의 신세계·이마트 2011∼2012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 82-80으로 승리했다. 5전 3선승제로 열린 챔피언결정전을 3연승으로 마무리하며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신한은행은 2007시즌에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2패로 삼성생명을 꺾고 정상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줄곧 우승 했다.

 박빙의 흐름이 이어진 이날 경기의 승부는 4쿼터에 갈렸다.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신한은행의 장신센터 하은주(29·26점 11리바운드)는 11점을 4쿼터에 몰아넣었다. 4쿼터 4분8초를 남기고 스코어는 77-67, 10점 차까지 벌어졌다. 국민은행이 변연하(32·25점)와 박세미의 연속 포를 앞세워 막판까지 추격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한 발짝이 모자랐다.

 신한은행의 6연패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정선민(38)이 이적한 데다 전주원(40)과 진미정(34)이 은퇴하며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베테랑 삼총사가 한꺼번에 팀을 떠났다. 센터 강영숙(31)이 주전급 멤버 중 최고령일 정도로 선수단이 젊어졌다. 올 시즌 개막전에서 부천 신세계에 70-79로 덜미를 잡히자 ‘신한은행의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우려를 희망으로 바꾼 건 경험과 집중력이었다. 노련미는 줄었지만 앞서 5연패를 이룩하며 쌓은 자신감이 여전했다. 신한은행은 전반을 뒤진 채 마치더라도 후반 들어 승부처에서 강한 집중력으로 승부를 뒤집곤 했다. 정규리그를 1위로 통과했고, 용인 삼성생명과의 4강 플레이오프를 3승1패로 넘었다.

 임달식(48) 신한은행 감독은 “백업 멤버가 부족해 6~7명의 선수들만으로 한 시즌을 치렀다. 선수들이 아픈 것을 참고, 또 숨겨가며 여기까지 왔다”며 “내년 시즌에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은주는 “6년 연속 우승했지만 처음 우승한 것처럼 뿌듯하고 기쁘다. 힘들었지만 결국 우리는 이겨냈다”고 기뻐했다.

청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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